삼성이 오는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13조1000억원을 신규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협약식에 참석해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지키면서 핵심소재·부품·장비를 자립화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5년간 8만1000개의 일자리가 지역에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적지 않은 규모다.

디스플레이는 TV화면, 모바일, 노트북, 컴퓨터 모니터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이 2004년 천안과 탕정을 묶어 세계적인 '크리스털 밸리(디스플레이 생산단지)'로 육성하는 청사진을 발표한지 15년 만에 또 다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해 반갑다. 충남이 명실상부한 '디스플레이의 메카'로 거듭 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촉망 받는 기업도시의 면모가 읽힌다.

문 대통령은 기술개발 지원, 디스플레이 산업의 생태계 혁신, 전문인력 양성 등을 약속했다. 정부와 충남도는 2025년까지 1598억원을 들여 천안에 디스플레이 혁신공정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신기술을 실증·평가하는 '혁신공정 테스트베드'를 통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을 빠르게 상품화하기 위해서다. 주시할 대목은 소재·부품·장비 기업 20개사 등과의 산·학·연·관 상생협력 협약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1개 대학과 디스플레이 분야 공동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센터 운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후방 협력 생태계 강화, 원천기술 내재화, 부품 경쟁력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삼성 특유의 '초격차' 전략을 읽을 수 있다. 후발 주자가 감히 추격하지 못하도록 기술격차를 벌려 놓는 전략이다. 2000년대 중반 디스플레이 왕좌를 차지하고 있던 당시의 일본을 누르고 그 자리를 한국이 차지한 것은 겁 없는 '선행투자' 덕분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도발이 심상치 않다. 삼성의 전략적인 측면 못지않게 중요한 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 관련 인프라 구축과 정주여건 개선에 나서기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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