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고 과학동아리 '싸이빌'

"발명은 아이디어만 좋으면 할 수 있죠. 하지만 창의성과 세계를 읽는 눈, 사람과 융합하는 힘을 갖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성공하려면 그만큼 노력를 많이 해야 하죠."

지난 2일 낮 12시40분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대전 대신고등학교(교장 한건수)의 '싸이빌' 동아리방.

점심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동아리방에 모인 70여명의 학생이 발명대회를 앞두고 출품할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일반 교실 크기의 싸이빌 동아리방 한 켠엔 10종의 과학잡지와 7종의 경제·경영 잡지, 19종의 일간신문 스크랩 자료가 눈길을 끌었다.

한쪽 벽면의 책꽂이엔 특허출원 과정이나 과학관련 서적이 빼곡이 꽂혀 있고, 첨단과학의 현장과 경영·경제에 대한 케이블TV 방영작을 편집한 비디오가 족히 500여편은 돼 보였다.

2학년 김원태(18)군은 "사실 처음엔 'Science'나 'Nature'같은 영어 잡지도 많고, 공부도 잘하고 학생 신분으로 특허까지 출원한 선배들이 멋있어 보여 호기심에 싸이빌 활동을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김군은 "하지만 이젠 내가 세계를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 '소음과 악취, 벌레 등을 방지할 수 있는 베란다 하수구'를 출품했는데 오는 9일 2차 예선을 통해 전국의 아이들과 좋은 승부를 겨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에디슨'의 꿈이 자라고 있는 대신고 과학동아리 싸이빌(Scivill)은 지난 2000년 3월 10명의 회원에서 출발, 2001년 100명·지난해 173명·현재 전체인원 312명으로 4년 만에 10배 이상 커졌다.

'Science'(과학)와 'Villege'(마을)의 합성어인 싸이빌(과학마을)이란 이름에 걸맞게 회원들은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특허청에 출원한 것만 124건이나 되고, 과학경시대회 등에서 장관급상만 20번, 교육감급상은 33번이나 휩쓸었을 정도로 인문계 고교에선 보기 드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싸이빌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과학 동아리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창의력을 극대화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특허(실용신안)를 가능하면 많이 출원해야 한다.

1학년의 경우 특별활동반 형태로 싸이빌에 참여하고 있다.

수업은 주 1회 시간을 이용해 하고 발명원리·아이디어 발상법을 비롯해 특허검색법과 출원법 등 기본 소양 교육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며, 최종적으로 마케팅 기법과 회계수업까지 CEO를 준비하는 전 과정을 교육하게 된다.

싸이빌의 활동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의 짜투리 시간에 과학실에 와서 신문이나 잡지 등의 스크랩을 살핀다. 또 선·후배가 한 쌍이 돼 배운 것을 전수하고, 졸업생은 '라퓨타'(Lafuta)를 통해 매주 4째주 토요일 영어 세미나 등을 하며 모임을 이어간다.

싸이빌은 이처럼 기존의 과학반 교육과는 전혀 다른 발명과학 교육 동아리이다.

기존의 수업이 단순히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을 길러내기 위한 것이었다면 싸이빌은 전문화가 가능한 분야로 진출을 돕는다.

학생들의 태도도 적극적이고 진지하다. 아이디어 공모전을 앞두고 방과 후에 남아서 토론을 하고, 팀을 짜서 자발적으로 시장조사를 하며 사업 계획서를 다듬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양영광(18)군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신문 스크랩이나 잡지 등의 기사를 분석하고 특허출원 과정 등에 대한 정보를 배우는 과정에서 과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알게 돼 무척이나 기쁘다"며 "스케치한 아이디어만 해도 한 페이지에 한개씩 연습장으로 몇권이나 된다"고 자랑했다.

대신고 태상풍 교감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의를 갖고 연구에 몰두해 대회 때마다 좋은 성적을 내는 학생들이 대견하다"며 "다양한 분야의 발명에 힘을 기울일 수 있도록 지원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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