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張晶)이 어제 영국에서 열린 미국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 오픈에서 정상에 등극함으로써 '충청낭자군'의 우승행보에 또 하나의 쾌거를 보탰다. LPGA '메이저 퀸'에 등극한 한국 선수 4명 중 박세리, 김주연, 장정이 충청출신이란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한다. 장 선수의 영광은 '슈퍼울트라땅콩'이란 별명을 붙여준 작은 키(151㎝)의 불리함과 변변한 스폰서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일궈냈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장정의 정상등극 여정은 지난 6월 27일 US오픈 여자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김주연 선수와 너무 닮았다. 1997년 한국여자 오픈에서 대전 유성여고생 신분으로 '슈퍼땅콩' 김미현을 꺾고 정상에 오르는 '화려한 아마추어' 전력에도 불구, 미국 진출 후 3번의 준우승에 그치는 무관(無官) 세월 6년 동안 남모르는 눈물도 많이 흘렸으리라. 경찰관으로 재직하다 딸의 장래를 위해 명예퇴직 후 퇴직금을 쏟아 부은 장 선수의 아버지와 식당을 운영하며 뒷바라지한 그녀의 어머니 또한 그간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을 것인가.

그래서 경기가 끝난 후 "겸허한 마음으로 코스를 밟았고, 끝날 때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는 장 선수의 고백은 우리의 심금을 울리게 한다. 차분하게 홀을 또박또박 공략해가는 장정의 경기모습에서 드러났듯이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도 끊임없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충청인의 집념과 열정이 한껏 배어있기 때문이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장 선수가 자신감을 갖고 도전의지를 살려나가 LPGA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로 우뚝 섬으로써 충청과 한국의 위상을 드높여 주길 당부한다.

우리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보이기 위해서는 기량과 가능성에 걸 맞는 꾸준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는 한순간의 승패에 일희일비함으로써 당장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한 지원은 항상 뒷전이었다. 선수들이 안심하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으려면 국민은 물론 기업 등의 후원이 절대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투지를 불태우며 기량 연마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국낭자들이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하반기 투어에서도 금자탑을 쌓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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