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만을 남겨준 경기였다. 어제 오후 5시부터 대전에서 개막된 '2005 동아시아연맹(EAFF)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그라운드를 압도하는 기량을 펼치면서도 중국과 1대 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팀은 전반전을 무승부로 마쳤지만 후반전에선 어이없게 중국에 한골을 내준 끝에 김진규가 동점골을 뽑아 결국 비겼다. 바로 2년전 월드컵 승리의 기초를 다졌던 '대전구장의 추억'을 되살려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1회 대회에 이어 아시아 축구 최강자 2연패를 노리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을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사실 한국과의 28년간 25번 맞대결 결과 중국이 단 한번도 승리를 얻지 못했다. 중국은 이러한 징크스를 넘기 위해 젊은 선수를 보강하는 등 전력을 불태워왔다. 이날 중국은 무승부를 기록함으로써 '공한증'(恐韓症)을 완전히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향후 중국축구 발전의 기운을 예감하는 듯했다. 그만큼 그 충격은 한국에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골 결정력 부재와 수비조직력 불안이라는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중국이 전반 초부터 1명이 퇴장당한데 이어 후반에서도 2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역전골이 시원하게 터져 나오지 못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비록 한국이 중국과의 경기에선 비겼지만 앞으로도 강자는 많다. 지난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을 비롯해 북한도 있다. 일본과의 경기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이은 시점에서 양국의 축구 기량을 가름할 수 있는 중대 일전이 불가피하다. 특히 북한과의 경기는 지난 2002년 통일축구대회 이후 3년만에 치러지는 남북대결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전력상으로 만보면 최약체라지만 어제 일본과의 경기에서 보여줬듯이 북한 축구의 잠재력을 마냥 비하할 수만도 없는 처지다.

결국 월드컵 6회 연속 본선 진출에 이어 이젠 본격적으로 독일 월드컵 무대를 향한 새로운 실험에 나선 본프레레호의 전략에 주목하게 된다. 한국 축구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거듭나야 한다. 그간 한국 축구의 맹점으로 부각돼온 사항을 보강할 때도 됐다. 그것은 바로 본프레레 감독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의 축구색깔을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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