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윤서·대전본사 교육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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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 담당으로 출입부서가 바꼈다. 바뀌길 마치 기다렸다는 듯(단순한 우연이었겠지만)이 문화예술계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와 관련실장들에게 레드카드, 즉 퇴장 명령을 내린 것이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문화예술인마다 대전문화재단에 대한 볼멘소리가 가득했다. 알아보니 갈등의 골은 꽤 오래전부터 깊어진 상태였다. 문화재단은 늘 구설수에 올랐고 논란의 대상이었다. 참고 참아온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화산이 이제 폭발한 것이다.

출입처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로서는 덕분에(?) 기사거리가 풍성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열악한 문화예술인의 지원군이자 버팀목이 되라는 중추적인 사명을 받고 문화재단이 설립됐지만 지금은 없느니만 못한 골칫덩이가 된 셈이다. 언제 어디서부터 곪은 걸까. 무엇이 문제일까. 대화를 해도 대화가 안 된다.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니 갈등은 늘 평행선을 달린다.

지역 문화예술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남의 집 불구경하다 그 불은 언젠가 본인의 집으로 옮겨올 수 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시비를 보조 받는 대전시 산하기관에서 터진 문제들이다.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지 답답하다. 대표이사 사퇴까지 거론됐지만 조용한 대전시 행보에 시장공백이 원인인 것인지 의심까지 든다. 시 문화예술과는 현장의 상황과 재단의 문제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이유를 찾고 다양한 소리에 귀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사실도 단순히 감사를 하고 지적에 그칠 것이 아닌 유사사태 방지를 위해 장치 강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비단 이번 불공정심사는 국제기타콩쿨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재단도 시시비비를 따지기 이전에 그동안의 실수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갈등 없는 조직은 없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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