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건양대 초등특수교육과 ‘여행나누리’ 회장 한승훈 씨
봉사·여행 결합된 이색동아리, 2014년 학내 아이디어로 시작
다양한 장애우들과 추억 쌓아, “그들 향한 시선 따뜻해졌으면”

▲ ‘여누리’ 회장 한승훈 씨는 “장애우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건양대 제공
“연민의 감정으로 무조건 먼저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도 선입견일 수 있어요. 그들의 약점보다 강점을 먼저 볼 줄 알고, 있는 그대로 보는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최근 심해지는 취업난에 영어와 자격증 관련 대학동아리가 대세인 가운데 봉사와 여행을 결합해 장애우 가정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색 동아리가 눈에 띈다.

건양대 초등특수교육과에 재학 중인 한승훈(사진·26) 씨가 이끄는 ‘여행나누리(이하 여누리)’는 장애우 가정과 여행을 떠나는 동아리로 학생들이 여행 기획부터 준비, 예약, 사전 답사 등 모든 과정을 전적으로 맡고 있다.

'여행을 통해 기쁨을 나누고 행복을 누리자'는 의미를 가진 여누리는 2014년 건양대 초등특수교육과 학생들과 교수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여누리는 정신지체, 발달장애 등을 가진 초등학생부터 스무 살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대 장애우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다.

한 씨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꽃구경 가고싶고, 여름에는 계곡이나 바다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들 한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일상을 떠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많지만 장애를 가진 친구들은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기 정말 힘들다”며 “막상 가더라도 남들의 시선과 차별, 장애로 인한 어려움으로 제대로 즐기지 못할 수밖에 없다.

장애학생 부모들도 휴식을 가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안타까움은 반으로 나누고 즐거움은 두 배로 더하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누리는 계절이 바뀔 때 마다 하루 또는 1박2일 코스로 여행을 가고 있으며, 이달에도 봄을 맞아 이미 지리산으로 꽃구경을 다녀왔다.

한 씨는 “올 초 겨울 제주도 2박3일 여행을 기획해 비행기와 리조트, 여행코스 등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갑작스러운 폭설로 하루 전날 항공운항이 취소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하루하루를 손꼽으며 기다렸는데 날벼락같은 소식에 아쉬움이 컸다. 그 때 장애우 한 친구가 펑펑 울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여행을 한 번 다녀온 장애우 가정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갈수록 동아리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가운 분위기를 마주할 때 마다 느끼는 씁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한 씨는 “장애친구와 약국을 같이 갔는데 친구가 신기하다보니 물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만히 둬도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는데 그 약사는 대뜸 화부터 크게 냈었다. 장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을 봤을 때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씨는 앞으로 건양대 교수가 돼서 자신이 배운 걸 또다른 누군가에게 가르치고 싶다는 큰 꿈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들은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줄 수 있는 존재”라며 “친구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kka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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