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개수로 설치 단 한군데도 없어, 16개보에 가둔 물 활용 안돼
논산·예산 저수율 심각한 수준, 용수공급 관리기관 지정 시급

▲ 4대강 사업을 통해 수억t의 물을 확보했지만 사용할 방법·계획이 없어 요즘 같은 극심한 가뭄에도 가둬놓기만 하고 있다. 16일 금강에 조성된 세종보에 물이 가득 차 있는 모습. 연합뉴스
수십조원대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4대강 사업이 가뭄 해결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충청권을 비롯해 전국의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있지만 4대강에 설치된 16개보에 가둔 물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면서 전형적인 혈세 낭비성 사업으로 지목받고 있다.

16일 국토부, 농림부,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의 현재 저수율은 44.3%로 전국 평균인 51.7%보다 7.4%p, 평년 저수율인 54.2%보다 9.9%p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대전과 세종, 금산이 56.9%, 충남 천안 49.9%, 공주 49.3%, 보령 45.4%, 아산 45.2%, 서산·태안 50.7%, 부여 50%, 서천 52.1%, 청양 57.9%, 홍성 42.4%, 당진 67.7% 등이다. 이 가운데 충남 논산과 예산의 경우 현 저수율이 각각 34%, 28% 등으로 심각한 물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반면 금강을 포함해 4대강에 설치된 전국 16개보에는 7.2억t의 물이 가득 차 있다. 특히 4대강의 풍부한 물을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심각한 가뭄 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지난 이명박정부 시절 가뭄과 홍수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수십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4대강 사업을 전개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한 결과 이 사업 완료후 관개수로를 새롭게 설치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면서 "관개수로를 설치하지 않는 바람에 전국 16개 보 안에 가둬 둔 물을 농경지까지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4대강 사업을 주관한 국토부를 비롯해 농림부와 농어촌공사, 수자원공사 등의 기관들 가운데 그 어느 곳도 용수공급 계획을 통합 관리하는 기관을 지정하지 않으면서 현재 물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2012년 극심한 가뭄 피해를 겪으면서 4대강의 물을 농업용수로 활용하자는 정책을 제안했지만 충남 서천 등의 자치단체들과의 이견으로 아직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정부, 자치단체, 물 관련 기관들 간 이견과 예산확보 등의 이유로 4대강의 수자원을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 지역별 저수율 현황
대전·세종·금산 56.9%
천    안 49.9%
공    주 49.3%
보    령 45.4%
아    산 45.2%
서산·태안 50.7%
부    여 50%
서    천 52.1%
청    양 57.9%
홍    성 42.4%
당    진 67.7%
논    산 34%
예    산 28%
16일 현재/자료: 국토부·농림부·한국농어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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