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한나라당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성 당론을 정하지 않으면 탈당 등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힌 것은 오랜 고뇌 끝의 용단으로 받아들여진다. 무엇보다 시의원들의 결단은 의원 개개인이 아닌 시민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고 본다. 지역민의 정서를 대변해야 할 시의원들로서는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셈이다.

대전시의회 19명의 의원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 14명이 한목소리를 낸 것도 의미가 있다. 얼마 전에는 같은 당 소속의 염홍철 대전시장이 "한나라당 때문에 신행정수도 건설이 좌절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광역자치단체장과 시의원들이 중앙당의 어정쩡한 태도에 반기를 든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기까지 도대체 한나라당은 이들의 주장을 듣기나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를 지켜 나갈 때 존재 가치가 있다. 무엇이든 필요에 따라 인정하고 불리하면 헌신짝처럼 버리는 표리부동한 정당이라면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할 게 뻔하다. 시의원들의 탈당 불사 움직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의회민주주의의 권능을 스스로 부정하는 정당에는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다.

시장과 시의원은 직함에 앞서 정당인이다. 정당인이 소속 정당을 탈당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큰 모험이다. 자신을 뽑아 준 유권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다. 배신자로 몰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들이 왜 탈당카드를 꺼내들었는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어느 것도 시대적 과제보다, 국가적 대사보다 먼저일 수 없음을 확인한 까닭이다.

한나라당은 대전시의원들의 내부 저항을 '찻잔 속의 태풍'으로 치부해선 더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나서고, 시의원들이 나선 마당에 더 이상 무얼 지체하는가. 대전시의원들의 결단에 동의하며 한나라당의 조속한 당론 결정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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