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과거사특위의 활동 범주와 권한 영역을 놓고 설전 중이지만, 과거사 규명을 위한 위원회 설치에 별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과거사위의 활동과 권한은 독립적, 중립적, 객관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가 있다. 과거사를 다루는 주체는 외부 전문가와 학계에 맡겨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여야는 서둘러 이런 원칙에 합의하고,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만 주력해야 한다.

과거사 정리는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림없이 지속되어야 하고 특히 정치적 영향력을 받아선 안된다. 열린우리당의 이부영 의장은 과거사 청산에 당이 앞장서겠다고 밝혔지만, 이처럼 정치집단과 권력이 앞서 가는 의욕을 가지면 누를 범하기 쉽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치권력과 정당은 과거사 청산을 위한 초석만 제공해야 한다. 엄정하고도 객관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전문성이 결여된 사람들과 피해자만으로 구성되어서도 안된다.

특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밀고 당기기가 한창이다. 국회 내에 두자는 의견은 수그러들고 있지만, 정부 산하의 국가기구로 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우리는 국가기구로 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의문사위 형태가 아니라 인권위처럼 국가권력이 흡입되지 않는 특수 위상을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조사의 권한을 확대하여 조사과정의 미흡성을 보완해 줘야 한다. 조사대상 기관의 자료 제공과 답변도 준강제적 의무성을 부여해야 한다. 따라서 독립적 위상을 갖춘 국가기구로 하되, 특정 권력과 부서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삶이 고달픈 하루하루다. 그렇다고 과거사를 다루지 말자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에 시작하려면 철두철미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역사 왜곡을 바로잡아 현재와 미래를 위한 화합과 추동력을 얻어내자는 것이 과거사위의 목적이다. 분열과 보복을 부추기는 과거사위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사위는 정치권력과 보복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독립적, 중립적, 객관적인 특수한 위상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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