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향토 기업들이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지만, 달리 뾰족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자칫 무더기 부도 사태가 우려된다. 대표적 향토 기업 중의 하나인 신발제조업체 ㈜팀웍이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을 비롯해 폐업과 부도가 속출, 지역 경제계가 긴장하고 있다.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제살 깎기'식으로 공장 부지를 처분하는가 하면 아예 생산 라인을 중단한 채 겨우 본사 기능만 운영 중인 업체들도 부지기수다.

지역 기업들이 경영난에 허덕임에 따라 대전시는 지역상품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향토 기업 살리기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전 상품을 우선 구매하기 위해 제정키로 했던 조례는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여의치 못하고, 예산 부족으로 관련 협의체 구성조차 난항을 겪고 있다. 이래저래 '대전상품 팔아주기 운동' 정책 자체가 속빈 강정으로 흐지부지될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10월 '대전 지방화 선언'을 통해 지역 업체의 판로 기반을 마련키로 하는 등 지역 업체의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지역상품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키로 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말 잔치만 앞세운 정책으로 전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전시가 추진한 사업은 고작 지난 봄에 개최된 '대전상품 판매전'과 올 하반기에나 나올 대전상품 종합 카탈로그 제작이 전부로 투입된 예산도 9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지역상품 판매 활성화를 토대로 향토 기업의 성장 기반을 제공할 수 있겠는가. 계획은 화려하다. 하지만 담당공무원의 서랍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계획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물론 국내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지역상품 판로 모색에 어려움은 있을 수 있다.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경영 애로가 없으면 굳이 지원책이 필요치 않다. 대전시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사업 추진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