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과거사 문제에 친북·용공행위까지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가해자가 조사에 참여하는 격이라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과거사 문제가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샛길로 나가고 있는 것 같아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현실과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한편으론 하필이면 나라 안팎이 어려운 시점에서 굳이 과거를 들춰야 하겠느냐는 소리도 있다. 자칫하면 여야간의 첨예한 논란 속에서 국론마저 양분되고 결국은 국정이 흔들리는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양한 시각과 지적은 일면 타당성을 지니고 있어, 역사 청산을 지켜보는 국민도 착잡하기 그지없다.

그 주된 초점은 일제치하의 만행과 역사 왜곡을 정리하는 것이다. 해방 이후와 분단사도 언젠가는 재정리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를 모두 처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일제치하와 분단사는 성격과 의미가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에서 박근혜 대표의 친북·용공 포함은 과거사 문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부영 의장의 가해자 표현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한나라당을 역사의 가해자 집단으로 내모는 것은 단편적 잣대로 역사를 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역사 앞에선 진실만이 중요하다. 정략적 판단과 가치 부여는 오히려 역사를 또다시 왜곡시키는 출발이다. 신기남 의원의 의장직 사퇴를 계기로 열린우리당도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겸허한 수용자세로 나가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제는 역사청산 방법론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판단은 전문가와 학계에 맡겨야 한다. 정치권이 먼저 제기해 놓고 논점을 흐리는 방향으로 치고 빠지기식의 대응방식으론 안 된다. 정치권은 역사 청산과 관련하여 정치적 득실에 관심 있을지 몰라도, 국민은 객관적·중립적 관점에서 역사 청산이 이뤄지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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