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내린 폭우로 유등천의 물고기가 또 떼죽음을 당했다. 장마철마다 매년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대전시 당국은 사실 은폐에만 급급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먼저 원인 규명 후 하수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때다.

현재로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유등천에 설치된 우수토실이 처리 용량부족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수토실은 중간하수처리장치로 적은 양의 하수가 흐르는 도랑과 측구에 설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등천 같은 큰 하천에 설치했다니 예산만 낭비한 결과를 빚었다. 하수량이 적은 평상시에는 우수토실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할 처지가 아니다. 오늘도 정수되지 않은 오·폐물이 유등천에 떠 있건만 시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시민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됐다면 그 대안을 범시민 차원에서 미리 찾았어야 옳았다. 집중 호우에 대비한 빗물과 하수의 분리시설이 돼 있지 않는 한 아무리 첨단 오·폐수 및 하수처리시설을 갖췄다 해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대전시는 금년에도 23억원을 투입하여 유등천을 비롯한 3대 하천에 제방을 보축하고 습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의 우선 순위가 수질관리와 서식생물의 보호에 있음에도 당국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셈이다.

근본적으로는 오·폐수와 우수 유입 수로를 분리·처리하는 하천 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대도시 하천은 시민의 삶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통합적으로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 시민조직을 활용, 하천 순찰관리체계를 확립하여 서식종을 보호하고 오염을 방지하는 등 종합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도심 하천의 건강도는 시민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유등천을 비롯한 대전의 3대 하천을 지키는 일은 구호만으로는 달성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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