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시대에 걸맞게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은 바람직하다.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여러 상황이 어려울수록 국제화 의식과 행동은 유용한 대안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 뿌리내린 한인사회의 경쟁력은 그 좋은 징표이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로 기업인, 자영업자들은 해외이주 또는 국외사업체 진출을 궁리하고 청년실업자의 증가는 두뇌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시킨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그리고 기형적인 입시제도의 질곡은 엄청나게 많은 학생들을 어학 연수와 조기 유학 등으로 빠져 나가게 한다.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외화 송금도 그렇지만 자의적 이산가정의 증가는 크고 작은 사회문제를 낳는다. 점차 가속화되는 우리 사회 공동화 현상을 이대로 둘 것인가.

꿈과 희망을 주기는커녕 끊임없이 소모적인 정쟁과 과거 들추기에 급급한 정치권도 그러하고 나날이 흉흉해지는 사회 분위기며 닫혀만 가는 민심이반도 심각하다. 민생·경제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불합리한 제도와 규제를 과감히 뜯어고치기에도 바빠야 할 정치권의 구태 답습은 이제 불안스럽다. 국내 우량기업은 해외자본 잠식에 무력하게 넘어가고 1만 달러 초반에 맴도는 국민소득과 꽁꽁 얼어붙은 내수경기로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 기업체의 해외이전은 그렇지 않아도 영세한 국내 고용시장을 더욱 경색시킬 것이며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이들의 외국행은 결과적으로 조국에 대한 배신감과 피해의식을 부추긴다. 어린 나이의 외국유학은 정체성 없는 국민의식 조성에 일조할 것이 명확하다.

난마와 같이 얽힌 이즈음 사회 분위기와 너나 없는 해외진출 러시의 부작용을 바로잡을 방안은 무엇보다도 불합리한 제도와 법규, 관행을 척결하고 상식과 기본이 바로 서는 사회 조성에 있다. 산업화 시기를 거쳐 정보화사회로 진입하면서 그간 눈감고 방치했던 모순과 부조리, 사회악의 싹들이 이제 엄청나게 성장하여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조국을 등지고 떠나는 저 행렬을 불러들일 묘책 마련에 나서자.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