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정리가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하여 여야간에 신경전이 한창이지만, 우리는 연좌제와 특히 정치적 영향력이 청산과정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점을 거듭 지적해 둔다. 가뜩이나 현실의 고달픔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분위기하에서, 굳이 과거로의 회귀가 이뤄져야 하느냐는 자조적인 지적도 팽배해 있다는 점을 부연해 둔다. 기왕에 친일 관련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으려면, 전문가와 학계에 맡기는 것이 중립적, 객관적 관점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감정적 차원의 한풀이와 보복심리가 개입되어선 안 된다.
신 의장 사퇴 이후 정치권은 당분간 더 시끄러울 것 같다. 열린우리당은 예상치 못했던 일로 하루아침에 물러난 신 의장의 사례가 역사 청산의 고삐를 당기는 지렛대로 활용해선 안 된다. 벌써부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연좌제의 의미를 부여하는 후진적인 발상이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그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같다. 과거사 청산과정에서 여야는 할 말을 하고 따질 것은 따지면서 진솔하게 나서야 한다. 진실 규명을 통해 화해와 통합의 기회를 찾는 것이 그 목적이기 때문이다. 신 의장의 사퇴는 향후 역사 청산 과정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보여 주는 예고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