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동 충남대 명예교수 유물전 관람기

▲ 사재동 충남대 명예교수가 궁정의 광대 '백희용'을 바라보며 진나라 시대를 그려 보고 있다. /전우용 기자
일찍이 중국 서안 진시황 유물현장을 가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대전매일신문이 과감히 주선한 '진시황 진품유물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데도, 그저 그렇겠지 하고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제껏 대전지역에서 열린 이런 류(類)의 전시들이 대부분 선전과는 달리 그저 그랬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곡 스님의 권유로 일행과 함께 전시장의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건방진 생각을 바꾸고 숨을 죽이며, 점입가경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김현자 대전매일신문 문화사업본부장의 능숙한 안내대로 진시황의 지하제국을 찾아 2300년 전으로 떠나는 마음의 준비가 저절로 되고 영생의 꿈길, 지하연도를 따라 먼저 발굴 현장의 재현과 함께 병마용갱 축소 모형을 조감하면서 진시황의 통일정책과 진시황릉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어 병마용 1호갱 내지 2호갱에서 출토된 다양하고 생동하는 진품 도용들을 직접 만나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도용들의 용솟음치는 힘의 함성과 개성 있고 멋진 발풍 및 용모가 우리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동예술의 최첨단 극치라 할 만한 진시황의 청동마차 2점을 보고 천하통일과 전국 순행의 위용을 상상할 수 있다.

다음 진·한나라의 도용을 비교해 보고, 전쟁과 평화의 문화적 특성을 실감하게 됐다. 군사 강국의 이면에서 형성 전개된 진나라의 다채로운 예악과 문물, 와당과 청동기 등의 진품들을 살피고, 그 예술적 수준에 놀라고 거기에 새겨진 고문자를 통해 인류 문자의 유구한 역사를 확인하게 됐다.

이른바 세계 최초, 미공개 유물을 보는데 이것이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였다. 거기서는 장인의 혼을 새긴 돌갑옷과 돌투구를 보고 베일에 쌓인 앉아 있는 도용과 채색이 살아 있는 문관도용, 경이로운 눈빛, 기적을 일으킬 만한 특수한 문관도용이 돋보였다. 여지껏 무관, 병마 등의 도용만 주로 보다가 그 나라 문화를 지탱해 온 문관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당시 궁정의 제례·오락을 맡았던 백희도용을 접한 일이었다. 이를 통해 화려한 궁정의 광대들을 만나고 생동하는 연행 광경을 추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동방, 중국, 한국의 공연예술사를 고찰하는 데 실로 보배로운 전기가 됐다.

이렇게 지하궁전을 정감에 휩싸여 다 돌아보고 나니 좀 더 여유롭고, 전문적으로 냉철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 같은 후회가 생겼고,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간의 각종 홍보물들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진시황 진품전시회는 실로 성공적이었다.

실제로 이 전시의 전체를 점검해 보면, 엄청난 모험은 전체적으로 큰 성과를 올릴 수밖에 없는 모든 여건을 거의 다 갖추고 있었다.

우선 이 전시의 주최자가 일회성 수익에 집착하지 않고 사명감 있는 문화사업의 큰 정신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획, 경영이 치밀하고도 유기적으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시황 문물이 명실공히 진품이었다는 사실이다.

그중에는 병마용 진품유물 162점과 함께 중국 국보 27점,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희귀 유물 17점 등이 실로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나아가 이 전시관의 규모와 조성이 중후, 장엄하여 지하제국 궁전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데다, 전시실마다 유물을 중심으로 유관 보조 자료를 최대한 배치하였다는 게 돋보였다. 유물마다에 간단명료한 표지판을 설치하고 적절한 조명에 해설, 성명문을 사진, 도표와 함께 유기적 체계적으로 전시하여 학술적 참조, 보완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진시황 진품유물전은 실로 역사성과 가치성, 예술성을 겸유한 값진 것이었다고 느꼈다. 거기서 진시황대를 중심으로 동방·중국·한국의 고대 정치사를 보고, 예술사를 느끼고, 인생사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역사·문화에 대한 전문가뿐만 아니라, 전국 남녀노소 모든 분들이 꼭 한 번만이라도 이 전시에 참관·체험하기를 진정 권하고 싶다. 다시 전시회를 보러 떠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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