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 장곡 주지스님 발길

▲ 갑사 장곡 주지스님
"손 한 번 잡아 봤으면 좋겠네."

갑사 장곡 주지 스님이 한 '여성'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그 여성은 '진시황 진품유물전'의 진한도용실에 전시된 한의 시종 '채회좌용'.

"조신한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어떻게 그 시대에 저렇게 섬세하게 표현했을까. 놀라울 따름입니다."

장곡 스님이 갑사 윤월 스님 등 일행 10명과 함께 진시황전이 열리고 있는 대전무역전시관을 찾았다.

스님은 도용의 머리카락 한올 한올까지 세심히 관찰하며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용두를 가리키며) 저 모자 쓴 모습 좀 보세요. 전투병들이 모자를 머리에 꼭 묶었잖아요. 당시 진의 병사들은 명령만 떨어지면 전쟁터에 나갈 준비가 돼 있던 것입니다. 짧고 단정한 콧수염은 당시 유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님은 또 유물 하나 하나마다 질문을 퍼부으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개갑 무사용을 가리키며 불교무술의 달인이기도 한 사희수 갑사 총무과장에게 "이게 어떤 자세냐"고 묻고는, 안내를 맡은 김현자 대전매일신문 문화사업본부장에게 '당시 갑옷의 재질은 뭐였냐', '갑옷은 화살이 뚫지 못했냐' 등의 질문을 계속했다.

미공개 유물인 좌용과 백희용에 대해서는 색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좌용 앞에서 비슷한 몸동작을 보이며) 도인술을 하는 것 같네. 앉아서 몸 푸는 게 아닐까요. 백희용은 장사입니다. 장사들 대부분 단전호흡을 하기 때문에 배가 나옵니다. 엉덩이는 잔뜩 힘을 주었기 때문에 튀어나온 것이죠."

진시황전의 하이라이트인 '기적의 문관용'에 대한 인물 해석은 남달랐다.

"문무를 달통한 인물로 제갈공명처럼 한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천하의 흐름을 알았을 것입니다. 저런 책사가 있었기에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도인이 도술을 부리듯 "기(氣)를 느껴 보라"며 문관용 앞에서 두 팔과 다리를 벌리고 선 장곡 스님은 문관용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진시황의 절대권력이 무상한 것임을 아는데도 모른 척했던 사람입니다. 저런 인물이 진짜 무서운 사람입니다. 천하가 흔들려도 저런 사람이 흔들리지 않는 이상 나라는 평화롭습니다. 반대로 천하가 평화롭더라도 저런 사람이 흔들린다면 세상은 위태로워졌을 것입니다."

관람을 마친 스님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생주인멸'을 진시황 유물에서 볼 수 있었다"며 산사(山寺)로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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