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오른 다란성 네쌍둥이 “아이들 덕에 가족행복도 4배”
생김새 다 달라 기네스 등재 세아들은 손씨 이어 ROTC
“줄넘기는 늘 들고 다녔죠 그러면 애들 손 다 잡는거니 지혜롭게 자라줘 고마울 뿐”

▲ 왼쪽 앞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큰딸 수진양, 손 씨의 아내, 쌍둥이 중 첫째 효진양, 손기용 본부장, 쌍둥이 셋째 주현 군, 쌍둥이 둘째 승현 군, 막내 지현 군.

“얘들아 아빠 줄 꼭 잡아야 한다. 이 줄을 놓치면 큰일나.”

사람들이 많은 혼잡한 곳에서 손기용(54·신한은행 대전충남본부장) 씨의 양손에는 꼭 줄넘기가 들려 있었다.

큰딸에 ‘4쌍둥이(1녀 3남·효진, 승현, 주현, 지현)’까지 다섯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손을 다 잡을 수 없지만 줄을 이용하면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 씨와 그의 아내는 1989년 둘째아이를 임신하고 병원에 가니 1명이 아니고 무려 4명이란 얘기를 들었다. 의사들도 흔치않았던 일이기 때문에 산모를 비롯해 쌍둥이들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던 상황이다.

손 씨는 “한 두명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많은 고민을 했지만 자신이 종손으로 태어나 아들이 귀한 상황이어서 쌍둥이들을 모두 낳겠다는 결심을 했다.

쌍둥이들은 7개월 갓넘은 상태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인큐베이터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다. 태어날 당시 아이들 몸무게는 1.5~1.6㎏정도.

당시 큰 대학병원도 인큐베이터가 부족해 부득이 인큐베이터 입실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아이들을 나눠서 입원시켜야 했다.

수소문 끝에 신촌세브란스병원에 2명, 나머지 아이들은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보냈고 손 씨는 매일 퇴근 후 서울 밤거리를 ‘동(東)-서(西)’로 순회해야만 했다.손 씨의 쌍둥이들은 특이하게도 다란성(多卵性)이다. 성별과 생김새, 성격, 몸무게 등이 전부 달라 화제가 됐고 국내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이런 이유에서 손 씨에게 기저귀회사를 비롯해 분유회사, 아기용품, 자동차 회사 등에서 광고 제의가 끊이지 않았으나 혹시 아이들 얼굴이 알려져 커서 생활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어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언론사와 잡지사 기자들도 이들 가족담을 취재하려 3년간 손 씨를 귀찮게 했을 정도다.

또 정부의 산아제한 조치로 자녀 2명까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손 씨는 “둘째를 낳으려다 4쌍둥이를 낳았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해 결국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손 씨의 상황 대처 능력은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도 발휘됐다. 당시 신한은행은 2자녀까지만 학자금을 지원한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손 씨는 당시 신한은행장을 찾아가 “4쌍둥이가 개인의 사사로운 선택이 아닌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 회사의 사규를 고쳐 아이들 모두 학자금을 지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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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기용씨

손 씨 가족의 병역 이력도 남다르다. 손 씨 자신이 ROTC출신(21기)인데다 쌍둥이 3명(승현·주현·지현 군) 또한 아버지의 길을 따라 ROTC 50기·51기로 임관 후 현재 육군 중위와 소위로 각각 전방에서 복무하고 있다. 자식 세명을 군으로 보낸 손 씨는 여느 아버지 처럼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에 누구보다 관심이 크다고 했다.

쌍둥이 중 첫째인 효진 양도 ROTC를 지원하려 했지만 당시 다니던 대학(이화여대)에 ROTC가 설치돼 있지 않아 아쉽게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대전 보문고와 충남대를 졸업한 손 씨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책임감과 자립심, 협동심이 몸에 배도록 교육시켰다”면서 “어렸을 적엔 서운했을 수도 있겠지만 누구 하나 불만 없이 바르고 지혜롭게 자라준 아이들에게 항상 고마울 뿐이다”고 자식 사랑을 내비쳤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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