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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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狂歌亂舞(25)

밤이 깊어갈수록 잔치는 질탕하고 난잡해져갔다.

왕은 크게 취하여 기생 광한선과 내한매를 양쪽에 끼고 앉아서 누가 보거나 말거나 아랑곳없이 희롱하였다.

늙은 정승과 승지와 사헌부 관원들도 기생을 하나씩 옆에 앉히고 추태를 부리면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왕은 신하가 술 두 잔을 올리면 끝의 잔으로 회배를 내려 주고는 혹은 춤을 추라 권하기도 하고 혹은 노래를 부르라고 강요하기도 하였다.

비위 좋고 놀기 좋아하는 신하들은 일어서서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하고 속가(俗歌)를 부르거나 시조를 읊조리기도 하였다.

그 사이에 호명(呼名) 받은 기생들이 나와 선정적인 춤과 자극적인 노래로 연석의 질탕하고 난잡한 분위기를 자꾸 부채질하였다.

쌍화점(雙化店)에 쌍화 사러 갔더니
회회(回回)아비 내 손목을 쥐더라
이 말이 이 점(店) 밖에 나명들명
조그마한 새끼 광대(廣大) 네 말이라 하리라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그 잔 데같이 더러운 것이 없더라

삼장사(三藏寺)에 불켜러 갔더니
그 절 주지가 내 손목을 쥐더라
이 말이 절 밖에 나명들명
조그마한 새끼 상좌(上座) 네 말이라 하리라.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그 잔 데같이 더러운 것이 없더라….

기생 광한선이 음란한 여요(麗謠) 쌍화점을 멋드러지게 불러넘겼다.

"잘한다, 우리 광한선이 제일이로구나! 다음은 내한매가 춤 한번 추어라."

왕의 팔에 안겨 있다가 빠져나온 내한매가 풍악에 맞추어 신들린 무당처럼 열정적으로 춤을 추어 연석의 시선을 한몸에 모았다.

왕은 즐거웠다. 제 자리로 돌아온 광한선과 내한매를 두 팔로 껴안고 연석을 둘러보며 말하였다.

"오늘 밤 두 분 대비마마의 사연(賜宴)에 광한선과 내한매가 와서 과인을 한없이 즐겁게 하여 주니, 경들은 광한선과 내한매의 이름을 글제로 하여 각각 절구(絶句)를 지어 바치도록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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