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동 기자

‘세월이 약’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흘러간 세월이 쌓여 약이 된다는 걸까? 또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그 추억에 잠겨보는 사람을 일러 한때 ‘멋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약과 멋 있는 사람, 그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1960년대에 초등학교에서 배운 ‘철수와 영희’ 그림이 있는 교과서는 아직도 가슴속에서 김태형의 그림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얼마 전엔 우리의 국민가곡 ‘가고파’의 작곡가 김동진 선생이 돌아가셨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로 시작하는 ‘봄이 오면’이나 ‘오 내 사랑 목련화야’로 부르던 수려한 ‘목련화’, 거기다가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아득한 먼 그 곳 그리움도 흘러가라 파아란 싹이 트고…’라는 김용호 시에 곡을 붙인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등은 ‘내 마음’과 함께 국민적 애창곡이라 불리던 가곡이 그분이 만들었다.

요즘에는 그렇게 배워오고 쉽게 듣던 우리 가곡이 듣기조차 어려워졌다. 음치인지라 음악시간이 좋을 리 없던 나도 성인이 돼 가끔은 이런저런 우리 가곡을 듣고 싶을 때가 더러 있다. 그러나 마음 편하게 들을 곳이 읍내에는 없는 게 아쉬워 예전의 음악다방 같은 곳이 부활됐으면 하는 꿈도 꿨으나 부질없는 노릇.

‘쫙쫙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고 광야에 외치던 오현명 씨의 ‘명태’(변훈 곡)를 어디가서 속 시원하게 들을 수가 있단 말인가.

현재 당진문예의전당 주변에 설치된 야외 스피커나 남산공원에 설치된 음향시설에서 흘러나오는 서양음악 일색의 감미로운 노래도 좋기는 하나 우리의 정체성이 묻어 있는 우리 가곡도 운치 있게 들을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자꾸 사라진다’고들 걱정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우리의 노래를 우리가 곁에서 들을 때 멋 있는 일이 아닐까. dong579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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