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범

경찰의 이메일 압수수색이 민주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경찰이 최근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주도한 YTN 노조원 20여 명의 9개월 치 이메일을 무더기로 압수수색한 걸로 드러났다.

이전에는 MBC PD 수첩 작가의 7개월 치 이메일 압수수색에 사생활 침해 논란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정권유지와 민생치안에 있어 경찰력이 필수인 것은 세계 어느나라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문제이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 역대 정권은 세계 어느나라와 달리 군과 검찰, 경찰 등 소위 권력기관에 의해 유지돼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시민항쟁이 노태우 정권의 6·29선언이라는 개량적 항복을 불러왔고 이어 7월, 8월, 9월로 이어진 노동자 대투쟁으로 지금의 민주세력들이 비합에서 합법으로의 변신을 꾀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시민들은 곤봉에 머리가 터지면서도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켜내 왔고 현재에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기관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곤봉에서 마우스로만 시대의 변화(?)에 순응 했을 뿐이다. 곤봉탄압과 이메일 압수수색 간에 별다른 차이점이 있는가.

어려운 경제난으로 가뜩이나 힘든 해외 유학생들 조차도 시국선언에 나서고 있는 현재에도 권력기관은 이미 시국선언에 동참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압수수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지만 그것을 무리하게 돌릴 경우 저항과 탄압만 있을 뿐이다.

이명박 정권은 현실을 직시하고 그동안 말만 앞세워 화려하게 포장만 했던 ‘소통’과 ‘서민’의 뜻을 다시 한 번 돼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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