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대 계룡산 '반송' 절도사건
증거·목격자 없어 수사 난항


계룡산 국립공원 내에서 수억원대 소나무를 훔친 절도단이 경찰의 식물 유전자(DNA) 대조라는 새로운 과학수사기법에 덜미를 잡혔다.

2년 동안 준비해 범행을 저지른 절도단의 치밀한 수법도 눈길을 끌지만, 특정 식물에서 DNA를 추출 동일체임을 확인해 범인을 검거하기는 경찰 과학수사 사상 최초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2년간 '작업'… 치밀한 범행=12일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한 A(47·분재업자) 씨와 B(56) 씨 등이 계룡산 '자생 반송(盤松)'을 범행 대상으로 점찍은 것은 지난 2005년.

경찰에 따르면, 수형이 빼어난 자연산 반송을 팔 경우 큰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이들은 계룡산 일대를 돌며 대상을 물색하다 장군봉 자락 암반 위에서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던 반송을 발견했다.

▲ 조경업자들이 충남 공주시 반포면 계룡산국립공원에서 캐낸 시가 3억 원 상당의 100년생 소나무. /충남지방경찰청 제공
3m 크기에 7∼8개의 가지가 밑둥부터 옆으로 뻗어나간 이 소나무는 수령이 100년 정도된 것으로, 호화주택 정원 조경수 등으로 팔 경우 3억 원을 호가하는 보기 드문 '물건'이었다.

이들은 점찍은 반송의 뿌리 절반을 자르는 이른바 '뿌리 밑돌리기' 작업과 가지치기부터 실시했다.

곧바로 옮겨 심을 경우 갑작스러운 뿌리 손상에 따른 고사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옮겨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작업을 했던 것이다.

절도단이 반송을 옮겨심기로 정한 'D-데이'는 범행 대상을 물색한지 2년 후인 지난 4월 4일.

운반로를 만들기 위해 반송이 서 있는 장소에서 산기슭까지 100m 내 수목 300그루를 범행 이틀 전부터 벌채한 뒤, 4일 새벽 반송을 차량 본네트 위에 올려 놓고 굵은 철사줄로 묶은 후 산 아래까지 운반, A 씨가 운영하는 분재원에 옮겨 심었다.

나무 DNA 대조로 검거=경찰은 국립공원의 나무가 잘리고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증거는 전무하다 싶은 형편이었다.

목격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라진 반송의 사진이나 모양 등에 대한 기록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수사는 자칫 미궁으로 빠질 우려가 컸지만 광수대는 탐문수사부터 실시, 계룡산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나무를 충남 공주 A 씨의 분재원에서 발견했다.

그러나 문제는 분재원에 심어진 반송이 계룡산 장군봉 인근 암반 위에 서 있었던 것이 맞느냐는 점.

수사의 실마리는 반송이 뽑혀간 자리에 남아 있던 뿌리에 있었다.

수사진은 수소문 끝에 국립산림과학원(홍용표 임학박사)에 식물 DNA를 감정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반송이 사라진 현장에서 채취한 뿌리와 식물원에서 발견한 반송의 뿌리 조직을 보내 DNA 감정을 의뢰했다.

결과는 두 뿌리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으며, 경찰은 A 씨 등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A 씨 등은 "울산에서 구입해 보관한 것"이라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의 수사기법만으로는 A 씨 등이 범행 자체를 부인할 경우 사건을 해결할 수 없어 DNA 감정을 의뢰하게 됐다"면서 "계룡산 국립공원에서 불법 채취돼 반출된 소나무를 찾아내고 밀반출 일당을 검거할 수 있었던 소나무 DNA 대조는 과학수사 사상 최초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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