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무용단 정기공연 ‘파리로 간 리진’
성민주 무용협회 청주지부장 대본작업 맡아
프랑스서 마주한 번뇌·혼돈·두려움 담아내

▲ 성민주 지부장

[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직지(直指)의 고장 청주에서 직지를 주제로 한 무용작품이 소개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는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 등재됨으로써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받았다. 직지는 상하 2권으로 구성됐는데 현재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상권은 소실된 채 하권만 소장돼 있다.

이 무용작품은 아직 국내에선 발견되지 않은 직지가 이역만리 프랑스까지 건너가게 된 배경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안무가는 직지와 함께 푸른 눈동자의 이방인을 따라 프랑스로 건너가야 했던 조선의 궁중 무희 ‘리진’의 불꽃같은 삶을 작품에 투영했다.

화제의 작품은 4일 오후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선 보일 청주시립무용단 제49회 정기공연 ‘파리로 간 리진’이다. 이 작품의 대본은 성민주 사단법인 한국무용협회 청주지부장이 맡았다.

성 지부장은 이번 작품의 안무 의도를 이렇게 말한다.

그는 "우리의 문화유산 직지가 고국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특히 영원히 불꽃으로 남을 리진의 삶을 청주시립무용단의 춤사위로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1888년 푸른 눈동자의 이방인인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와 조선의 마지막 무희였던 리진의 만난으로 시작한다.

고종이 콜랭 드 플랑시에게 리진과의 만남을 허락하면서 플랑시는 무희 리진을 프랑스로 데리고 간다.

작품은 모든 것이 낯설었던 프랑스에서 마주하게 되는 리진의 번뇌와 혼돈, 두려움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혼돈 속에 그녀가 깨닫게 된 것은 무엇인지 의문을 던진다.

성 지부장은 "리진은 프랑스문화를 익히며 새로운 세계관과 넓은 우주관을 갖게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머나먼 타국 생활에서 얻은 향수병은 직지 속의 성현의 글들이 그녀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마음의 모양이 하나가 아니고 어떤 형체가 아님을 직시하는 것, 이것이 ‘직지’의 깨달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역사는 리진이 금조각을 삼키고 자살한 것으로 매듭짓지만, 애닳은 소멸의 사랑이 아닌, 직지가 담고 있는 깨달음의 승화로 표현 했다.

프랑스로 건너간 직지의 활자 하나, 하나가 흩어져 불멸의 불꽃이 되었 듯, 리진 역시 화사한 배꽃 속을 노닐며 춤추는 영원한 조선의 나비로 남게 하고 싶었던 그의 바람이 아니었을까.

120년 전 조선 최초로 프랑스로 건너간 아름다운 여인과 직지의 영혼은 파리에 잠들고 있다. 조선의 아름다운 문화유산 직지는 아직도 프랑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에필로그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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