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 이상엽

세월은 모든 세상을 바꾸어 놓는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새해가 되면 한해의 길흉을 점쳐보는 풍습은 바뀌지 않는다. 이런 문화는 이미 수천 년 이어져 내려와 현대인의 생활에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좀 더 형편이 좋아지겠지, 하는 기대와 혹은 조심 해야 할 일은 없는지 미리 알아보는 풍습이다. 예측불허의 자연재해와 각종 사건 사고가 빈번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천체의 자전과 공전에 따라 생성되는 기운을 계산해 한해의 길흉을 점쳐보고, 흉함을 피하고 길함을 추구하는 것은 지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같은 노력을 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길흉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신년 운세의 길흉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니까 길흉이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나, 저절로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노력에 결실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운세가 좋다고 해도 자만하지 않고, 운세가 나쁘다고 해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순응한다는 얘기다.

목성[歲星]이 정 동쪽에서 약 15도 기울어진 방향 하늘에 펼쳐진 도롱뇽이[角:蛟]와 용[亢]과 같이 생긴 별을 경유하는 데서 유래한 갑진(甲辰)년은 천간의 갑목[甲]이 지지의 진토[辰]를 극하는 해가 되어 비룡과 잠룡이 다투는 형국이 된다.

정직하게 ‘법을 따르고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行法俟命]’은 성공하지만, 사심을 앞세우고 ‘서두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파산[急則不成一朝傾破]’하는 운세가 된다. 상반기에는 누적된 경기 침체로 세대 간, 계층 간, 빈부 간에 갈등이 다소 깊어질 수 있지만, 하반기에는 회복세로 돌아서 창업 투자 확장 등은 대폭 늘어나고, 소상공인들은 풍요로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룡[飛龍]과 황룡[潛龍]이 다투는 갑진년

총선이 치러지는 올해는 갑진(甲辰)년으로 청룡의 해가 되고, 4월은 무진(戊辰)월로 황룡의 달이 되며, 10일은 갑진(甲辰)일이 되고 이날 진시는 무진(戊辰)시로 황룡이 된다. 하늘을 나는 두 마리 청룡과 대지를 관장하는 두 마리 황룡의 교전은 안개 속에서 여의주를 놓고 다투는 형국이라 승자와 패자를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청룡은 의지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음지와 양지가 뒤바뀌는 광범위한 세대교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역(周易)>으로 보는 갑진년은 "아래를 덜어 위를 더하는 의미[損下益上]를 갖는 산택손괘(山澤損卦)"가 된다. 상반기 손해를 보고 하반기에 얻는 괘가 된다. 정직하게 타인을 위해 봉사해 온 사람들은 성공의 길이 열리고 일신의 영달만을 추구해온 사람은 진퇴마저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역 계사전에서 "도는 같은 것을 모으고 만물은 무리로 나뉘어 길흉이 생긴다(方以類聚,物以群分吉凶生矣)"라고 했고 또 "기운의 숫자를 계산해 미래를 아는 것을 점이다(極數知來之謂占)"라고 했다. 천제의 운행에 따라 길흉이 생기고 천체의 자전과 공전에 의해 생성되는 기운을 계산해 인간의 길흉화복을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쪼록 천체의 운행으로 생성되는 기운을 계산하는 운명학과 관련 없는 삼재, 손 없는 날 같은 미신에 현혹되어 갈팡질팡하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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