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진 기자
김덕진 기자

[충청투데이 김덕진 기자]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었다.

서산·태안 지역구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얘기다.

최근 서산에서 열린 (재)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성 의원은 장학금의 좋은 선례로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를 거론하며 특히 그 중 이토 히로부미를 꼬집어 언급했다.

이 발언 하나로 장학금 전달식이라는 좋은 행사의 의미가 퇴색됐다.

물론 발언 중간중간 오해 살 것을 우려해 적절히 반대급부인 얘기를 섞었지만 그래도 일반 시민들이 듣기에는 ‘아니 왜 굳이...’, ‘뭐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토 히로부미는 일제 강점기 한국의 원흉 아니었던가.

그 얘기를, 그것도 삼일절이 이틀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꺼내는 저의가 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처음 이토 히로부미라는 말을 들었을 때 두 귀를 의심했다.

‘뭐지?, 여기 기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가?’

속으로 ‘아니 지역기자라고 무시하나?’, ‘아무 말 없이 매번 좋은 얘기만 써 주고 지나가니까 정말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네?’란 생각이 들어 솔직히 불쾌했다.

결국 해당 발언은 연합뉴스에 기사로 나오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요지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그것도 삼일절이 이틀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장학금 수혜의 좋은 예로 많고 많은 사례 중 어떻게 이토 히로부미를 거론할 수 있냐는 거였다.

이에 성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에 열등의식을 가질 필요 없다’는 말로 일축했지만 사태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인이라면 당연한 얘기지만 말 한 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나 성 의원 본인에게 중요한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이런 식이라면 시민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시민의 대표라면 적어도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동안 성 의원은 이건 외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TF 위원장을 맡은 일이나 신원식 국방장관의 독도 문제 관련 발언에 ‘국방장관이면 모를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 등을 해 논란을 불렀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지만 굳이 자처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그럴꺼라면 등 떠 밀려 하는 모습이라도 보였어야 했다.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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