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지 ETRI 초거대AI반도체연구실 선임연구원

지난 2월 8일, 챗(Chat)GPT를 개발한 Open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반도체 시장을 향해 당당히 출사표(出師表)를 던졌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재편으로 최대 7조 달러(약 9천조원)의 펀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장악 중인 엔비디아(NVIDIA)의 시가 총액인 2조 달러(약 2천 6백 6십조 원)를 훌쩍 넘어서는 금액이다.

30년이 넘는 고성능 반도체 산업의 노력과 시간을 AI 소프트웨어 사업가가 그저 돈으로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필자는 기존 반도체 회사가 아닌 AI 서비스 산업에 중심에 있는 OpenAI라면,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의 도전은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그 이유를 요약하면 ‘뚜렷한 목표 시장’, ‘소프트웨어 시각의 반도체 설계’, ‘모든 것을 해결할 돈’, 이 세 가지라 본다.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업체들은 자신만의 특장점을 가지고 시장의 한 위치를 담당하며 견고히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를 직접 사용하는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자의 주머니는 대부분 엔비디아를 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서비스 분야와 특성에 가리지 않고 범용적으로 잘 동작하는 소프트웨어 환경 및 반도체 구조에 있다. 범용성 및 소프트웨어 연동면으로만 바라보면 일반적인 인공지능 반도체 업체는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비용이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엔비디아를 넘어서기 어려운 환경이다. 즉, 엔비디아와 정면 승부를 노리는 게 아니라면, 특정 제품 또는 서비스에 특화된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해야 진정한 가치가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OpenAI는 이미 ChatGPT, 달리(DALL·E), 소라(Sora) 등 혁신적인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해당 기술이 전 범위의 산업에 적용되는 데 필요한 건 ‘인공지능 반도체’ 뿐이다. 돈이 많고 수요가 뚜렷한 곳에서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한다는 것은 당연한 시장 논리이며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의 경계를 더욱 무뎌지게 만들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 반도체는 AI 서비스와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범용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관점의 ‘바텀업(Botton-Up, 상향식)’식 개발이 아닌 수요에 기반한 ‘탑다운(Top-Down, 하향식)’식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또한 AI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환경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설계하는 것은 실질적 성능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개방된 설계 환경과 최신 라이브러리 및 툴체인을 빠르게 수용하는 문화는 반도체 설계자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덕목을 갖춘 능력 있는 설계자들은 일단 ‘돈’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투자자들이 시장의 가치를 보고 돈을 투자하듯 개발자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으로 향할 것이다. 9천조원 그 이상이 가진 가치는 결국 사람이다. 훌륭한 반도체 인재의 양성과 연구자에 대해 대우를 인정하는 것, 9천조원의 투자금 없이 당장 할 수 있는 우리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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