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체험시설 미흡 등 숙박체험 외면
관광객 유입 위한 활용 방안 개선 필요

내수읍 초정행궁 야간경관[청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내수읍 초정행궁 야간경관[청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충청투데이 김동진 기자] 청주시가 대표적 체류형 문화관광 상품으로 내세운 ‘초정행궁’이 모호한 정체성과 편의시설 미흡·이용 불편 등으로 외면받으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시는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 마무리와 안질 치료 등을 위해 초정에 행궁(行宮·왕이 궁밖에 임시로 사용하던 숙소)을 짓고 머물렀다는 역사적 사실을 활용, 2017년 165억 7000만원을 들여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일원 3만 7651㎡ 부지에 건축면적 2055㎡에 한옥체험관 등으로 구성된 초정행궁을 조성해 2000년 6월 개장했다.

그러나 각종 편의시설 미흡과 숙박체험 불편, 관리자들의 서비스 의식 부족 등으로 단순 관람객을 제외한 체류형 숙박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숙박이용료가 10만원에서 20만원 정도로 다른 숙박시설에 비해 싼 편이 아니지만, 식음료나 위락시설 등 각종 편의·부대시설이 미흡해 잠만 자는 곳이란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바비큐 시설도 설치돼 있지 않은 데다 취사 자체가 금지돼 있는 것은 물론 시설 관리자들의 불친절과 고압적 태도 등을 지적하는 이용객들의 민원도 적지 않다.

이용객 현황을 보면 개장 첫 해인 2020년 하반기 전체 이용객은 2만 5697명이나 숙박시설 이용객은 526명, 2021년 전체 이용객 4만 4206명 중 숙박객은 2612명, 2022년 전체 이용객 6만 344명 중 숙박객은 3324명, 올들어서도 11월말까지 전체 11만 9129명 중 숙박객은 4808명에 그쳤다.

숙박체험시설이 적어 이용 희망자들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지만, 홈페이지 예약현황을 보면 주말을 제외한 평일 예약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초정행궁은 건립 과정에서부터 정확한 위치나 외형, 활용도 등에 대한 면밀한 역사적 고증 없이 주먹구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세종실록 등에는 이엉을 얹은 지붕이라는 표현이 나오나 정작 대부분 기와를 사용했고, 시설내 바닥은 콘크리트로 포장해 전통미도 찾아보기 어려우며, 세종대왕이 초정에 행궁을 차린 주목적이 탄산수 목욕을 통한 안질 치료를 위해서임에도 목욕시설은 아예 마련되지도 않았다.

빈약한 역사적 근거에만 집착해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복원도 재현도 아닌 생뚱맞은 현대식 한옥을 지어 놓고, 이용객 편의 등은 고려하지 않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자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란 비난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따라 당초 세종대왕이 질병 치료를 위한 목적에 걸맞는 목욕시설과 다양한 왕실 체험 프로그램, 전통먹거리장터 등 관광객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만한 콘텐츠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근 상인들과 마찰이 우려돼 이를 배제하기보다는 인근 주민과 상인들로 구성된 공동기구를 구성, 행궁내 각종 편의시설 운영을 맡기는 등 상생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따라서 한옥 숙박체험과 전통문화 체험, 왕실 체험 등을 두루 할 수 있는 ‘미니 민속촌’으로 활용방안을 다각화하는 등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만한 시설로 개선, 효용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진 선임기자 ccj1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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