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고려대학교 가속기과학과 교수

현대 과학자들의 새로운 과학 발견을 향한 욕구, 우주의 탄생을 규명하고자 하는 갈망은 더 높은 에너지와 더 강력한 빔의 가속기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가속기는 ‘보이지 않은 도구’로 그 결과물들이 우리의 실생활에 널리 사용하고 있다.

가속기에서 만들어진 입자빔은 암 치료 및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며, 타이어 및 고전압 전선의 내구성 향상, 폐수 처리, 청정에너지 개발에도 사용된다. 엑스선, 감마선 등 이차 광원은 정밀 진단은 물론 컨테이너 내부 폭발물 및 유해 물질 탐지, 단백질 구조 분석, 신약, 반도체 및 이차전지 개발에 이용된다.

가속기 산업은 가속기 자체 제작뿐만 아니라 활용 용도에 따라 성능 검증과 사용 신고·허가 절차를 받아야 하는데, 가장 까다로운 분야가 의료 분야다. 때문에 해외 기업제품에 의존도가 높고, 따라서 의료용 가속기의 유지보수비 및 운영비로 매년 해외 기업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의료용 가속기의 생산 및 성능 평가 검증, 허가 절차와 제도가 없는 실정으로 국산화, 산업화 기술 체계화를 통한 시장 진출 통로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는 가속기 기술, 전문인력, 관련 인프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쉽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곳으로, 교통이 편한 중부권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세종시는 대형가속기 및 중소형 가속기 시설의 접근이 용이하고, R&D 연구 활동이 활발한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교류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이에 대통령 7대 공약과 시정4기 공약으로 세종시를 중심으로 하는 가속기-의생명 과학 비즈니스 플랫폼과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종시는 행정복합도시로 산학연 R&D 융합 사업화 추진, 기술이전 및 특허, 성능 검증 등의 제도적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부 부처가 한자리에 있다. 대학 중심의 가속기 및 활용 전문인력 양성, 산업 활용 인력 양성 및 자문, 기술이전 등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고려대학교가 있으며, 충청권의 다양한 의과학 관련 연구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의 중심이기도 하다. 또한, 우수한 연구 시설과의 접근성은 물론, 경상권과 호남권, 경기 수도권이 교류하기 용이한, 산업 연계에 유리한 지역이다.

가속기 기반 활용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유해 물질이나 유독 화합물이 없는 친환경 기술이라는 점이다. 상용 가속기는 활용 분야에 따라 가속기의 종류 및 사양이 정해지지만 무엇보다도 실험실 규모일수록, 저렴할수록, 운전이 용이할수록 산업적, 의료 활용 수요는 증가하게 된다.

국내 수급은 물론, 동남아 등 틈새 시장을 선점하고 세계로 확장하려면, 조속한 시일에 짜임새 있는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며 세종시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과 지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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