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훈 충남연구원장

세계 반도체의 공급망을 재편하고자 하는 시도가 미국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과거 냉전 시대 강대국의 논리에 울분을 삼켜야 했던 한국이 이제 반도체 패권 논의에서 핵심적 위치에 있다.

한국 최초의 반도체 제조 회사는 1974년 설립된 한국반도체이다.

이를 삼성이 인수해서 삼성반도체로 출발한 것1978년.

당시 세계를 주도하던 미국과 일본에 25년 이상 뒤진 출발이었다.

무모한 도전,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과감한 투자로 2000년대부터 세계 메모리 시장을 주도해 왔다.

반도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나.

국제 정치학에서 말하는 힘의 균형이측면에서 과거 ‘핵’과 같은 역할을 앞으로는 반도체가 담당것이라고 한다면 과언일까.

미국은 ‘반도체법’에 따라 연구 개발,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해 약 2,800억 달러(364조 원)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총 520억 달러(67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25%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혜택을 내걸고 전 세계 반도체 업체를 유치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대만의 TSMC도 투자를 결정하고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이 그러는 이유가 무엇일까.

반도체 산업은 기술변화 빠른 데다 대규 투자가 요구된다.

그래서 공정별 문화와 분업화가 국가를 넘어 진행됐다.

술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반도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가져왔지만, 문제는 어떤 국가자급자족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급망은 크게 ①설계 제조 장비 ③소재 ④제조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fabless)특화하면서 제조는 위탁(foundry) 방식을 채택해왔다.

여전히 설계 및 연구 개발, 원천 기술, 장비 등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지만, 자국자급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조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과 대만이 중국의 직간접적인 영향력과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고 여기에 ‘유사시’라고 하는 미국의 불안감이 있다. 자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을 강화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 설계 및 제조 역량을 동시에 확보해 미국의 잠재적 위협으로 부상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법’은 미국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에 있는 생산시설의 5% 범위 내에서만 증산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기업을 중국이 인수하는 것을 불허하고 자국 기술의 수출 통제를 통해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는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중국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의 미세 공정 등 메모리, 대만의 시스템 반도체와 후공정, 일본의 장비나 소재, 그리고 미국이 가진 설계와 원천 기술의 역량을 결집한다면 향후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망 체계를 구축함은 물론 중국을 성공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들 나라를 ‘Chip 4’라고 부르며 전략적 연대를 제안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데다가 중국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다.

Chip 4 동맹에 참여하면서 중국과의 마찰이 발생한다면 대중국 수출 타격은 물론 중국 현지 공장의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소비 시장의 관점에서만 보면 미국의 비중이 가장 크고 다음이 중국이다. 중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도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민감한 품목이 아닌 통제 밖의 품목 등을 구분하는 전략으로 미국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내는 노력도 요구된다. ‘반도체 방패’(silicon shield)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반도체 위탁 생산이 주로 이루어지는 대만이 안보위협에 놓이면 미국이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중국도 대만의 반도체 공급에 의존도가 높은 만큼 쉽게 대만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거로도 쓰인다.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반도체 방패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적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전국적으로 국가 첨단산업 단지를 15곳 지정하고 반도체 부분에만 앞으로 340조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국가적 전략과 무관치 않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이 그간 취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시스템 반도체 육성, 그리고 소재와 장비 등 분야에서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에 충남은 천안과 홍성 2곳이 국가산단으로 지정됐다.

그 역할을 이미 후공정 등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충남이 해낼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앞으로 반도체는 국가 산업 전략의 핵심으로서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의 중요한 장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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