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영 대전 동구 정책개발협력실장

대전 도심을 조금 벗어나면 대전의 대표 힐링 명소인 대청호를 만날 수 있다. 대청호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로 맑은 물과 빼어난 경관으로 도심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다.

충청권에 식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해 우리 삶을 지속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청호는 사실 지역주민의 희생으로 탄생한 곳이다. 대청호는 지역 원주민의 삶의 터전이 수몰되면서 만들어진 호수로, 고향을 잃고 뿔뿔이 흩어진 이곳에 터전을 잡고 대를 이어 살아가던 3만 명 가까운 주민들의 수난의 산물이다.

그러나, 대청호 주민에게 물에 잠긴 고향의 그리움보다 괴롭고 야속한 것은 대청호에 적용된 과도한 규제이다. 대청호는 동구 전체면적의 44.8%에 해당하는 61㎢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등 각종 규제가 중첩돼 있다.

현행 상수원관리규칙상 대청호 주변은 음식점 신축이 불가능하고 기존 주택의 용도변경을 통한 음식점 영업만 가능한데 그 면적도 100㎡(약 30평)로 극히 제한돼 있다. 주민들은 최소한의 생계유지와 재산권 행사를 위해서라도 관련 당국에 대청호 규제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이렇게 43년간 지속된 규제에 따른 대청동 지역의 경제적 손실은 무려 4000억 원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역 여건이 점점 낙후되면서 2002년 3438명이었던 대청동의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2348명으로 무려 31.7%가 감소해 인구소멸 위기에 봉착했을 정도다.

하지만 민선 8기 들어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박희조 동구청장은 취임 초부터 민선 8기 대표 공약사항으로 대청호 규제개선을 내걸고, 전담 부서인 정책개발협력실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해 전문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또 관계 공무원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대청호를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민·관협의체를 출범해 규제개선을 위한 논리 개발 및 과학적 근거 마련 등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청호 규제개선 관련 공동 대응을 위해 대전 동구·대덕구, 충북 청주시·보은군·옥천군 등과 함께 대청호 유역 지자체 협의회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현행 규제 내에서도 주민의 생활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대전시에 ‘대전광역시 상수원보호구역 건축물 등의 설치에 관한 조례’ 제정을 건의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청남대를 방문해 대청호 규제 완화에 대해 직접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대청호를 둘러싼 각종 규제가 현실과 과학적 논리에 근거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청호는 분명 소중한 식수원이지만 대청호 규제 완화는 지역주민의 생존권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다. 먹는 물을 공급하는 지역과 공급받아 수혜를 입는 지역이 상생해야 한다. 대청호가 지역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지역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에서는 주민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고 전향적인 자세로 규제 완화에 힘써주길 간곡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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