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 센터장

▲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 센터장
▲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 센터장

대한민국은 설탕 중독에 빠진 듯하다. 방송마다 소위 먹방이 판친지는 오래됐고 주위에 달달한 간식과 디저트들이 넘쳐난다. 달지 않는 반찬은 없다. 실제로 한국인은 하루 87.1그램의 설탕을 소비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하루 126.4그램과 독일의 102.9그램보다는 적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고 있는 1일 권장량, 25그램(6개 티스푼에 해당)의 3.5배에 달한다. 설탕은 양날의 칼이다. 식품으로서 설탕은 단기기억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가 하면 유아통증완화, 딸꾹질 멈춤이나 식품조리시 잡내를 없애주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설탕은 과량섭취 시 면역체계를 억제해 신체능력을 손상시키고 혈당을 불규칙하게 해 비만, 심혈관계질환 발병의 위험 및 암발병률을 높이는 악마의 백색가루다.

설탕소비는 국민의 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설탕과소비국은 여지없이 비만도가 높다. 미국은 비만도 40%로 OECD국가 중 가장 높고, 멕시코 36.1%, 칠레 34.4% 순이다. 다행인 것은 한국은 5.9%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아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볼 수 있지만, 설탕소비 증가를 보면 가히 우려할 만하다. 또한 단시간에 과량의 설탕를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인슐린이 과량분비돼 다시 혈당을 갑자기 떨어뜨린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저항성이 생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당뇨병이나 관상동맥질환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이러한 당쇼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할 수 있다. 아침 대용으로 갈아 마시는 과일쥬스, 수시로 먹는 간식, 식후 바로 먹는 커피류와 디저트들, 요거트, 탄산음료 등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시지 않나? 특히 청소년들의 과다한 당섭취는 더욱 심각하다. 설탕이 첨가된 커피와 케이크나 쿠키로 브런치를 즐기는 청소년들이나 직장인이 적지 않다. 성장기의 어린이와 청소년의 뇌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섬유질 섭취 부족으로 인한 변비가 생길 수 있다. 피자 또는 치킨과 함께 마시는 탄산음료와 졸음을 쫓기 위한 에너지음료나 스포츠음료는 어떤가? 콜라 한 캔(250mL)은 27그램으로 일일권장량을 넘기고 있다. 스포츠음료는 훨씬 많은 설탕을 포함하고 있다.

설탕과 같은 당분을 지속적으로 먹을수록 의존성이 생긴다. 설탕섭취는 순간적으로 보상, 동기부여, 맛과 관련된 뇌부위가 활성화되고 순간적인 쾌감 때문에 습관적으로 단 것을 찾게 된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뜻이다. 또한 단맛은 짠맛과 함께 있을 때 느껴져 단 음식을 먹을수록 나트륨 섭취량도 함께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과다한 설탕의 섭취를 소비자의 선택으로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어떻게 설탕의 소비를 줄일 수 있을까?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고 사회적인 시스템도 필요하다. 우선 소비자 개인적으로는 설탕이 과량으로 들어가 있는 식사를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하고 건강한 지방을 함유한 식단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혈당의 균형과 변비를 막을 수 있다. 또한 건강한 지방섭취를 통해 설탕에 대한 갈망을 줄일 수 있다. 견과류 및 생선류는 설탕에 대한 갈망을 줄일 수 있다. 하루 물 2ℓ 이상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회적인 시스템인 제도와 규범을 통해 전체적으로 당소비를 줄여 설탕 중독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첫째, 설탕세를 조속히 도입하자. 설탕세의 도입으로 인해 제품의 가격인상이 과연 국민건강증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소비감소 효과는 충분히 있다. 이미 전세계 45개국에서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둘째, 학교나 공공장소에서의 자판기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 프랑스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서 사탕이나 탄산음료 등을 파는 자판기를 모두 없앴다. 성장기의 청소년들이 탄산음료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설탕 중독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셋째, 모든 과당 제품에 경고 문구를 표기하고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 담배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폐암 발생 사례를 담배갑에 표시해 담배의 위험을 홍보해 소비감소를 유도하고 있는 것과 같다. 설탕은 담배와 같이 중독성이 강하고 그 과량섭취의 결과는 담배 못지않다. 설탕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민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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