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우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건강한 사회란 동태적 효율성이 작동되는 사회다.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서로 기대며 사는 게 사회고, 그런 기댐의 미학이 극대화되면 건강한 사회가 된다. 그렇다면 사람이 서로 기대며 살기 위해 필요한 게 뭘까? 배려와 공감이라 생각한다면 틀렸다. 교환이 옳은 답이다. 생각해 보라. 당신이 필요한 것을 어떻게 얻는지. 배려와 공감으로 얻는 것은 별로 없을 거다. 교환으로 얻는다. 그리고 이런 교환이란 마법은 시장에서 일어난다.

분업은 교환의 필수조건이다. 혼자 모든 걸 하는 장인의 정성이야 높이 평가할 일이지만, 이래서는 교환이 통 일어날 수 없다. 반면에 어떤 생산도 그 공정을 나누면,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공정의 세분화와 생산량은 지수함수로 설명된다. 그 결과 시장이 갖가지 물건이 넘치게 되면 교환도 늘어나게 된다. 자기가 가진 걸 바꾸는 즐거움이란 인간만이 가지는 것일 거다.

이런 분업에 기초한 교환 확대는 사회를 점점 효율성이 높은 쪽으로 이끈다. 어떤 자원이라도 교환이 반복되면 조금씩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로 100만원을 번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자신의 여가를 100만원과 바꾼 것이다. 그가 일한 이유는 노는 것보다 일해서 얻는 100만원이 주는 효용이 커서였을 거다. 그런데 100만원을 준 상점 주인도 아르바이트를 써서 더 많은 수익을 얻었긴 마찬가지다. 교환을 통해 둘 다 더 큰 이익을 얻었으니 효율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제 학생은 100만원으로 태블릿을 샀다. 100만원보다 태블릿이 주는 즐거움이 더 크니 기꺼이 100만원을 쓴 거다. 상점 주인도 태블릿을 팔아 이문을 남겼긴 마찬가지다. 이렇게 학생이 자신의 여가와 바꾼 노동은 100만원이란 현금으로, 100만원은 다시 태블릿으로 교환됐고 이 과정에서 효율성은 점점 높아졌다. 이런 교환의 연쇄 적용에 따른 동태적 효율성은 지금도 사회 어딘가 일어나고 있는 마법이다.

그래서 분업이 활성화되고 교환이 늘어나며, 그 결과로 동태적 효율이 더 많이 작동되는 것,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서로서로 더 기대는 것이야 말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비밀이다. 착각이 있다. 정부가 나서 사회를 더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잠깐 어렵다고 정부가 나서 하는 일이란 아플 때 맞는 링거처럼 깜빡 정신을 들게 할 순 있겠지만 효과는 잠깐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 정부가 쓴 그 많은 돈이 얼마나 건강사회에 도움이 됐는지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건강이란 평소 관리해야 하는 것이지, 약 먹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약 안 먹고 건강한 게 정말 건강한 거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이런 건강사회의 비밀을 얼마나 깨달아 노력하고 있을까. 잠깐 역사를 돌이켜 봐도 단순해 보이는 건강사회의 비밀을 깨달아 제대로 한 적은 별로 없었다. 실패가 더 많았다. 한번 돌아보라. 모든 사회, 모든 국가가 품위 있고 여유로운 선진국은 아니지 않은가. 신문과 포털을 보면 오늘도 기득권의 장벽에 막힌 청년 스타트업에 답답한 소식이 넘쳐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사회, 과연 건강한가. 분업과 교환에 따른 서로의 기댐, 동태적 효율성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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