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현 사단법인 대전민예총 이사장

대전 지역 30개의 공유공간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 활동들을 보면 요리 체험, 먹거리 장터, 문화예술 공연, 학습동아리, 동네 사랑방, 프리마켓 등 주민들이 일상에서 하고 싶거나 관심이 많은 활동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중 먹거리 관련 활동의 중심인 커뮤니티 키친은 1990년대 중반 캐나다에서 시작해 북미 전역으로 넓혀지고 있는 도시 중심의 ‘다목적 공동체 부엌’이다. 먹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은 매우 복합적이다. 조리, 식사, 교육, 가공 등 최근에는 텃밭 농사(도시 주말농장 포함)를 함께하며 먹거리의 시작과 끝을 같이하는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또 반대로 텃밭을 시작해 함께 조리하고 나누며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공동체로 탄생하기도 한다.

지역이라는 장소적 제약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있다. 비거니즘 커뮤니티, 암환자 커뮤니티, 미취학 아동 부모 커뮤니티, 슬로푸드 커뮤니티 등 자신들의 처한 상황이나 추구하는 철학이 같은 이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키친’도 있다.

커뮤니티 키친의 시작은 공동체 구성원의 필요에 의한 자발적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먹는 일은 어쩌면 개인이나 가정 내의 일이었는데, 이제는 사회, 경제, 정치까지 이해해야 하는 일이고 규모의 성장 안에서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보다는 흐름에 따라야 하는 일이 됐다. 공공에서 해야 할 일을 개인이나 민간에서 해결하고 있는 셈인데, 이러한 일은 커뮤니티 키친뿐 아니라 농업이나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공공의 행정력이나 정치력이 주민들의 필요를 따라가지 못하기도 하고,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커뮤니티 키친은 지역사회가 신선한 음식, 예산, 식사계획, 조리 및 사회적 기술과 같은 삶의 기술을 개발하도록 돕는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새로운 유대관계를 이어가도록 격려한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고 모든 구성원들은 다른 구성원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강점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커뮤니티 내 다른 그룹 및 조직과의 파트너십 형성은 성공적인 커뮤니티 키친의 핵심 요소이다.

지역주민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은 그림도 그리고, 뜨개질도 하고, 악기도 연주하고, 식물도 키우고, 아이들과 요리도 할 수 있는 공유공간이다. 여기에서 문화예술 활동은 특별한 날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일상생활 속에서 전문강사를 모시고 할 수도 있고 동아리 형태로 스스로 학습하거나 문화예술 활동도 할 수 있는 곳이다.

공유공간으로서 커뮤니티 공간은 지역 주민들에게 언제든지 열려있는 개방형 공간이어야 한다. 자유롭고 안락한 분위기에서 누구나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비치된 도서를 읽을 수 있으며 지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작은 전시나 공연 그리고 연주회도 가능하다. 문화예술과 쇼셜가든 형식으로 만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 속에서 궁금한 지역 먹거리와 이를 생산하는 농부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예술가와도 같이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