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서울지사 기자

[충청투데이 이병욱 기자] 예산 정국이 끝나면 아쉬운 마음에 ‘충청 홀대론’을 부르짖는 게 충청도 기자의 연례행사였다. 그런데 올해는 중앙언론에 기선을 뺏겼다. 집권여당 지도부 자리를 차지한 충청도 의원들이 자기네 지역구 예산을 엄청나게 챙겼다고 난리다. 충청권 의원들만 콕 집어 지적한 건 아니지만, 그들이 가장 먼저 거론하는 인사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성일종 정책위의장이다. 지난 주말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충청권이 어느 정도의 성과는 거뒀어도, 그들이 지적하는 것만큼 과도한 금액을 확보한 것도 아니다. 기자도 얼떨떨하고 황당한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억울할까. 성 정책위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지역 내에서 이뤄지는 사업이더라도 국가에 필요한 사업이기에 증액시켰다"며 해명을 내놓기까지 했다. 그동안 짬짜미 예산으로 비판받던 영호남 의원들이 무대응으로 조용히 지나가려던 모습과 자못 대비된다.

사실 해명할 거리도 아니다. 충청권 의원들이 불법·편법을 동원해 예산을 늘린 것도 아니고, 증액한 예산이 선심성 사업에 쓰이는 것도 아니다. 지역에 필요 없는 예산을 생색내기용으로 확보한 것도 아니고, 여당 지도부라는 위치를 악용해 전횡을 휘두른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역 예산 챙기기는 늘 소외받던 충청권에 비해 영호남 지역에서 더 빈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앙언론의 이번 비판 논조는 매우 편협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지방정부의 행정은 예산 확보에서 시작된다. 지자체 공직자들은 매년 예산 확보를 위해 사력을 다 한다. 자치단체장들은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국회와 의원실을 수시로 방문해 필요한 예산을 설명한다. 예산 부서 공무원들은 국회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예산 반영에 온 신경을 세운다.

여기에 호응해 충청권 의원들도 예산 확보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확보한 내년도 예산이 대전시 4조 1485억원, 세종시 1조 3874억원, 충북도 8조 3065억원, 충남도 9조 589억원이다. 이것들이 모두 불필요한 선심성 예산이고 지역구 챙기기 예산은 아니지 않은가. 아, 지금 생각해보니 중앙언론에서 여당 비대위원장과 정책위원장을 비난하는 척 하면서 지역 유권자들에게 성과를 대신 홍보해주는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 충청도 기자의 생각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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