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코로나 팬더믹 이후 크리스마스 풍경도 변하고 있다. 거리마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들려오면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여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던 연말의 풍경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지금도 도심에는 간간이 캐럴이 울려 퍼지는 곳이 있지만 예전처럼 왁자지껄하고 들뜬 풍경은 사라지고 올해 연말은 조용히 가라앉은 분위기이다.

코로나 대유행과 통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한 기름값 상승과 금리인상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를 뒤따르는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은 임금노동으로 그럭저럭 살아가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웃을 돌아볼 여유 없이 나의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다. 반대로 후원과 나눔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 올해 겨울은 도움의 손길과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유난히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비닐하우스 거주 가구나 고시원, 쪽방촌 등 비주택에 거주하는 중장년 1인 가구, 농촌지역의 오래된 주택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에게 겨울은 언제나 힘든 계절이었지만 올해는 특히 후원의 손길이 줄어들어 더욱 추운 계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 연료’라 불리는 등유 가격의 인상으로 경제력이 없는 독거 어르신들은 난방비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다. 한 드럼에 32만원까지 오른 등유는 제대로 땐다면 한 달에 2드럼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라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최대한 아끼거나 아예 난방을 틀지 않고 전기담요에 의지하면서 지낸다. 무료 급식 시설의 사정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식자재 값이 오른 탓에 재료비 부담은 커지는데 봉사단체를 향한 온정의 손길은 점점 끊기는 실정이라 후원금의 부족으로 급식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까 걱정이 크다. 재가어르신들에게 배달되는 도시락이나, 밑반찬 서비스 등의 사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고 운영되고 있지만 재료비 상승으로 내용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정부에서는 저소득계층에 에너지 바우처를 통해 유류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충분한 지원이 되고 있지는 않다. 겨울철 난방을 위한 실질적인 기름값과 필요량 등을 고려해 지원 대상이나 지원금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같은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또한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에는 한시적으로 등유의 개별소비세를 유예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줄 방안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웃의 후원과 나눔의 지원도 필요한 시점이다. 오래전부터 크리스마스는 이웃과 정을 나누는 시즌이었다. 크리스마스의 정신이야말로 이웃사랑과 나눔의 정신으로 복지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다. 그런 크리스마스 정신을 되살려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어 주는 따뜻한 연말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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