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

최근 민영화에 대한 논의가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민영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많은 공공 부분이 민간 영역으로 자리를 바꾸게 됐다. 이후 민영화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밝혀지며 이에 따른 시민의 민영화 반대 의식이 높아졌고 이를 계기로 민영화 반대 싸움이 진행되며 노골적인 민영화 사업은 어느 정도 줄어들게 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당 부분에 걸친 민영화가 추진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으나 일부 정치권 및 언론에서는 이를 괴담처럼 취급하기도 했다. 6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보면 민영화는 괴담이 아닌 현실에서 일어나는 실화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추진 내용을 보면 연금 개악에 따른 사적연금의 확대, 바이오·헬스를 중심으로 한 산업의 민간영역확대, 공공사회서비스 부분의 민간영역확대와 민간 중심으로의 공공서비스 개편, 서비스산업발전법 추진 등 여러 부분이 그 내용이다.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공서비스 확대 등으로 포장된 민영화 추진, 공공 부분의 자발적 민영화 추진으로 포장됐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압에 의한 속도전으로써의 민영화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전의 민영화는 공공 부분을 민간에 매각함으로 민간에 모든 것을 넘겨주는 형태였다면 최근의 민영화는 민간에 공공부문 시장을 개방하고 부족한 공공 예산을 이유로 민간기업이 공공 부분에 투자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하며 공공이 운영하던 부분을 경영 효율화를 내세워 위탁 운영을 하기도 한다. 공공병원의 민간위탁 확대, 철도의 관제센터 신설과 철도 유지보수업무의 위탁,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추진돼 운영 중인 SRT가 대표적인 공공의 민영화 추진 사례들이다.

우리가 사는 대전에서도 민간 자본의 투자로 포장된 상수도 민영화가 추진되다가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다른 민간 자본의 투자로 포장된 하수처리장 이전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민영화 사업의 정책수립과 계획을 직접 실행하기보다는 사업 주체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포장해 추진하면서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실행에 따른 책임 소재를 개별기관에 전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런 민영화 정책의 걸림돌이 되는 입법 활동을 통해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민영화를 주도하는 세력은 소위 ‘모피아’로 분류되는 관료 집단으로 그들은 민영화 정책을 주도하고 퇴직 이후 관련 민간기업에 재취업하는 형태를 보이며 그 결과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와 재벌이나 다국적 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공공 부분의 민영화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공공서비스 산업에 대한 민영화를 금지하면서 민간에 넘어간 공공 부분을 재공영화할 수 있는 근거를 갖는 법안의 제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문가, 노동조합 등의 공동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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