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나이가 들어갈수록 병원신세를 지는 일이 많아진다. 병의 치료는 의사의 책임이나 환자의 돌봄은 가족의 몫이다. 가족이나 자녀들은 바쁘거나 멀리 있어 간병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병인을 구하는 것이 최선이나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간병비용은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홀몸 노인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에서는 간병비가 없어 아파도 입원을 회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보호자없는 병동’이 지역별로 시행되고 있지만 제한적이어서 간병비용도 의료보험에 포함되도록 공공의료서비스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급속하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늘어나는 돌봄에 대한 대응으로 ‘지역사회통합돌봄’을 도입하기로 했다. 시범사업이 진행되었고 이제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될 시점에 있다. 하지만 의료와 복지 즉 치료와 돌봄 서비스가 분리되어있는 탓에 통합돌봄 정책은 제대로 구동되지 못하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받은 후 집으로 돌아와 방문간호나 지역의사의 진료와 돌봄을 받으며 건강을 관리하고 일상을 회복하여 스스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커뮤니티케어’ 즉 ‘지역사회통합돌봄’의 핵심이다.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료와 복지의 연계시스템을 갖추고, 돌봄서비스가 다양한 영역에서 촘촘하게 구축되고 지원되어야 한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국가의 돌봄 책임을 강화하고 의료돌봄 통합서비스를 확충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돌봄서비스를 강화해 ‘한국형 커뮤니티케어’를 실현하겠다고 한다. 커뮤니티케어가 성공하려면 의료와 돌봄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통합되고 연동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 정책은 의료가 배제된 상태에서 탈 의료 기관, 탈 시설만을 추구하고 있다. 병원이나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돌아왔을 때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기 쉽고, 이는 복지사각지대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1인가구의 경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하면 바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있게 된다. 이때 일정기간 동안 다양한 돌봄서비스 지원과 의료지원을 받으면 다시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가족이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대부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탈 시설 정책을 역행하는 것이다.

더불어 예방, 생활지원, 의료, 돌봄, 주거 등이 포괄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지역 중심의 돌봄 네트워크를 통해 건강한 상태에서부터 단계적으로 통합돌봄서비스 체계로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와 돌봄이 하나로 연결되는 시스템 속에서 의료와 복지, 보건이 통합 운영되어야 의료를 통해 병을 고치고, 돌봄을 통해 케어를 하며, 보건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게 된다. 장애인이든 노인이든 도움이 필요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 속에서 치료받고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최대한 오래 스스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선언에 그치는 정책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료와 복지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데는 모두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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