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현 사단법인 대전민예총 이사장

"자기가 좋아서 하는 예술인데 뭐, 나라가 나설 일이 뭐가 있어"라는 말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부’가 ‘상품더미’로 나타나고, ‘부의 기본형태’는 ‘상품’이라고 한다. 상품이란 사회적으로 그 쓸모를 인정받은 무엇을 말한다. 인정받지 못하면 땀을 뻘뻘 흘렸지만 ‘뻘짓’을 한 셈이다. 물건의 쓸모가 인정받지 못하면 그것을 만든 내 노동도 뻘짓이 된다. 경제적 가치처럼 쉽게 수량화해서 파악하기 어려운 문화예술의 특성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문화적 손실은 정책적으로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한다. 문화예술생태계의 현실은 팬데믹 여파로 벼랑 끝에 서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문화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영화와 연극 등 시연의 기회가 사라지면서 프리랜서, 보조 스텝 등 가뜩이나 불안한 예술노동자들의 처지는 한층 더 위태롭다. 예술인들 개인적인 소득 감소는 물론이고 영세한 예술단체들은 줄줄이 해산하고 있다.

예술은 질문을 던지고, 다른 의견에 노출시키며 다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도전을 유도하여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 또한 느낌이나 감정을 말하거나 쓰는데 어려운 이들이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예술은 삶의 경험을 풍요롭게 합니다. 아름다움과 색감, 경이감을 가져오는 원천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충만하게 한다. 오락, 휴식,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고 일상의 걱정을 잠시나마 잊도록 도와준다. 예술은 고립되거나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 새로운 경험을 주고 웰빙, 기술의 개발, 자존감과 자기표현을 통해 보다 긍정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예술은 공통의 언어와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불평등을 감소시키고 빈부 격차를 축소하며 공동체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통합, 관용, 사회적 자본 형성에 기여한다.

많은 문화예술 지원 프로그램들이 ‘참여자(수혜자)의 수’, ’사업에 참여한 예술인(강사)의 수’, ‘제공된 프로그램의 수’, ‘운영수익’, ‘고용효과’ 등과 같이 해당 사업을 통해 구현되어야 할 예술의 가치와는 동떨어진 계량적 성과지표로 평가를 받는다. 그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면서 점점 더 부실해지고, 정책목표와 결과 간의 괴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을 나의 삶과는 동떨어진 그 무엇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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