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빈·취재1팀 경제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 금융기관에서 일합니다. 점심시간마다 여직원들이 식사 준비를 합니다. 매일 근무시간보다 30분 이상 일찍 출근해 청소를 합니다. 직원회의가 끝나면 항상 회식을 합니다. 대표가 회식을 사랑해 불참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때는 조금 덜 했는데, 코로나가 끝나니까 회식을 더 많이 합니다. 회식에 불참했다고, 그럴 거면 그만두라고 퇴사 협박까지 받았습니다.

우리 주변 곳곳에 ‘갑질’이 맴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어떤 직장인은 쉽게 털어내기 어려운 생채기를 얻는다. 또 다른 직장인은 출근이 걱정돼 잠에 들기가 두렵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오는 7월이면 시행 3주년을 맞이한다. 법적인 처벌 근거가 마련된 이후, 직장에서 벌어지는 온갖 갑질 사례가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직장 내 괴롭힘, 혹은 갑질 행위를 단순 예민함으로 치부하는 일도 빈번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지역 금융기관 종사자는 수년간 갑질을 행해온 상사에 대한 묵은 감정을 쏟아냈다. 직원들이 직접 밥을 지어 상사의 점심까지 차려야 했던 건 당연지사고, 밥이 설익었다는 이유로 꾸지람을 들었다는 것. 심지어는 식사 후 과일을 가져오라고 하면서 껍질을 안 벗겨 왔다며 혼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중소기업 종사자 A씨도 요즘 갑자기 늘어난 회식 자리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부서의 한 상사가 술을 잘 못하는 A씨에게 "술을 자꾸 뺀다. 원래 술을 못하던 다른 직원들은 내 덕이 술이 늘었다"는 등의 말을 지속적으로 내뱉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심해지자 최근 직장갑질119는 평등하고 안전한 직장생활을 위한 ‘회식 5계명’을 제안키도 했다.

△회식 강요·회식 배제는 직장 내 괴롭힘 △술 따르기·끼워 앉히기는 직장 내 성희롱 △음주·노래방 강요 금지 △고기 굽기 등 상사 솔선수범 △술자리 불편한 직원 살피기 등이다.

때로 직장 내 갑질을 두고 ‘일하다 보면 그럴 수 있는 일’,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반대 입장도 나온다.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농담은 폭력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상호 간의 소통 없는 일방적 지시는 엄연한 직장 내 갑질이 된다.

숱한 고민과 고통을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한 마디 무신경한 말로 일축하는 것도 물론, 갑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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