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삽시다 소상공인 인터뷰] 2. 유병학 고기삼촌 사장
대전 유성구 위치한 정육점 운영
아이들이 부르던 별명 상호로 정해
3년 째 ‘선한 영향력 가게’ 동참
아동급식카드 문제점 느끼고 건의
가맹점 확대, 사용금액 증가 변화
열정과 끈기를 원동력으로 일해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아동급식카드를 들고 찾아왔던 아이들이 저를 부르던 별명이 ‘고기 삼촌’이었어요. 단순 돈벌이보다는 이웃들과 상생하자는 의미에서 새로운 가게 상호로 정했죠."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정육점 ‘고기 삼촌’을 운영하는 유병학(36) 씨는 대전에서 제일가는 ‘선한 영향력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유 씨는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 초기 SNS에서 ‘선한 영향력 가게’를 알게 된 이후 선뜻 나눔에 동참하게 됐다.

그는 "코로나로 외부와 단절된 아이들이 끼니를 굶는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팠는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방법을 고민하다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무상으로 음식을 제공해준다는 ‘진짜파스타’ 사장님을 알게 됐다"며 "선한 영향력 가게로 등록하고 처음에는 막상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이 없었지만, 3개월쯤 지나니까 주말이면 20~30팀씩 오곤 했다"고 전했다.

선한 영향력 가게에 참여한 지 올해로 벌써 3년 째다.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간다’는 열정과 끈기가 바로 그의 원동력이다. 정육점에 발을 디딘 계기는 우연이었지만, 특유의 열정과 끈기로 10년 넘게 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푸릇푸릇한 20대 초반, 군대 가기 전 용돈 벌이로 시작한 정육점 아르바이트가 어느덧 한 가게의 어엿한 사장까지 된 것.

그는 "20살 무렵 한 정육점에 알바로 들어갔다가 사장님 눈에 띄어서 정직원 제의를 받았다"며 "제대 후 정육점에서 같이 일하던 형이 근처에 가게를 차렸다고 해 1년 정도 일하다가 좀 더 큰 매장으로 이직했다"고 회상했다.

27살에 야심차게 문을 열었던 정육점은 그야말로 실패의 길을 걸었다. ‘내가 이만큼 왔는데 뭘 못하겠나’하는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돌아온 것 같아 자책도 했다.

그는 "사장의 입장이 되니 피곤하면 늦게 출근하거나 물건 관리도 잘 안 되다가 결국 손님들이 줄고 가게가 하향세를 탔다"며 "얼마 못 가 가게를 접고 다시 소매 정육점으로 취직해서 방황을 하다가 주변 거래처와 당시 일하던 갈마동 마트 사장님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년 동안 착실히 일한 결과 지금은 유성에 터를 잡고 정육점 ‘고기 삼촌’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선한 영향력 가게에 동참하며 아동급식카드의 문제점을 인지한 그는 작은 변화를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그는 "가게에 자주 오던 한 고등학생이 급식카드 때문에 창피하다고 우는 모습을 보고 단순히 음식만 제공할 게 아니라 급식카드 제도를 고칠 필요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 1년 동안 대전시청, 시의회, 구청 할 것 없이 찾아다니면서 급식카드 문제점을 건의했고, 올해 1월 들어 급식카드 가맹점 확대, 사용 금액이 늘어나는 등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선한 영향력 회원 가게들의 추천으로 대전·충청지역협의회 지부장까지 맡고 있는 유병학 사장.

앞으로 소망과 목표도 확실하다.

그는 "모든 소상공인들의 바람이겠지만 코로나 사태가 수그러들었으니 장사가 상승세를 타면 좋겠다"며 "올해 대전·충청지역 선한 영향력 가게들은 그룹홈 등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한 끼 식사가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데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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