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범·충남본부 천안담당 차장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이럴 거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충남도의회가 27일 ‘충청남도 시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에서 올린 천안시의원 3인 선거구 등을 변경한 것을 두고 나온 격앙 섞인 반응이다.

이번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참여한 A 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리당략에서 자유로운 획정위를 두어 선거구를 획정하는 취지를 훼손한 이번 도의회의 결정은 획정위 설치 취지를 무력화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한 획정을 위한 획정위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충남도가 설치·운영하는 독립 기구다. 획정위에는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와 시·도의회 및 시·도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천하는 사람 중 11명으로 구성된다.

당리당략에 따른 선거구 획정을 막기 위해 정당의 당원은 위원이 될 수 없다. 워낙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기구니만큼 극도의 보안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충남도의회에서는 이렇게 구성된 획정위가 수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내놓은 획정안을 단 하루 만에 수정해 의결했다. "오만함이 도를 넘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것도 의회 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유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거구 조정이 이뤄졌다.

특히 천안의 경우 보수성향이 짙은 가선거구가 시의원 3인 선거구에서 2인으로 변경됐고, 진보 성향이 강한 카선거구가 2인에서 3인 선거구로 전환됐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구도가 짜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천안에 2곳인 3인 선거구에서 민주당 의원이 4명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민주당이 9대 천안시의회에서도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할 포석이 깔렸다는 그럴듯한 ‘썰’도 있다.

가정이긴 하지만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시장이 당선되면 의회가 시정을 제대로 감시하거나 견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 주축의 충남도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이번 획정위안을 처리함에 있어 정치적 고려를 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도의원들이 다음의 공직선거법 규정을 봤는지는 궁금하다. 공직선거법 제24조의3 ‘시·도의회가 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는 때에는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선거구획정안을 존중하여야 한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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