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선 충남과학기술진흥원장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는 300만여명의 인구로 구성돼 있으며 전 세계 창업자, 연구자, 벤처투자가, 기업인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미래의 창업 아이템이 떠다니고 있고 세계 최고의 특허 등 지식재산이 밸리 마켓에 나와 있다. 신문의 일면에 정치기사는 찾아보기 어렵고 혁신기업이 상장돼 성공한 스토리와 기업가 소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새벽부터 운동하는 사람으로 핼스장은 북적되고 낮에는 스타벅스 커피와 햄버거를 손에 들고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인다. 저녁에는 시원한 생맥주를 호프집에서 마시며 미래의 제품 개발과 비즈니스로 왁자지껄 이야기 꽃을 피운다. 우리가 바라는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Worcation)을 실증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애플, 인텔, 구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관련 업체가 모여있다.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남쪽으로 산호세, 동쪽으로 프리몬트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실리콘밸리는 19세기 말부터 1930년대까지 과수원이 펼쳐진 농촌이었다. 1939년 스탠포드대학 무선통신전공 프레데릭터먼교수를 중심으로 창업된 휴렛팩커드사 등 정보통신 벤처기업이 활성화되면서 이후 세계적인 기술혁신의 상징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미항공우주국(NASA)의 에임즈 항공연구소가 위치하면서 항공군수 분야가 발전됐고 이후 인텔의 CPU반도체를 중심으로 ICT분야가 급격히 발전됐다.

충남도에는 대한민국 교통과 전자부품 산업의 중심지인 천안과 아산이 있다. 특히 천안아산KTX역 인근(가칭 ‘천안아산KTX밸리’)은 두 지역의 경계면에 위치하면서 32만 3000명의 아산시 인구와 68만 4000명의 천안시 인구를 합쳐 100만 7000명의 교통과 경제생활, 신산업의 중심지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서울역에서 33분, 오송역에서 11분, 대전역에서 23분 거리에 위치하면서 서울경기 수도권과 행정수도 세종시, 연구개발 특구인 대전시까지 모두 1시간 이내 생활권이다. 아울러 두 지역에 4년제 대학교 14개교가 있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인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패널과 메모리반도체, 그리고 삼성SDI의 소형 리튬이온 2차전지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인구면에서도 ‘밀리언 시티’로의 역할도 갖추었고 충청권 550만 메가시티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이외에도 1조원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코닝정밀소재, 반도체제조장비의 세메스, 현대자동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은 모두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천안·아산을 감싸고 있는 충남은 17개 광역시도 중 2020년 기준 지역총생산액이 114조원으로 경기, 서울에 이어 전국 3위이며 지역의 무역수지는 531억불로 전국 1위이다. 국책연구소인 한국생산기술연구소 본원과 자동차 관련 국내 유일의 한국자동차연구원도 있다.

그렇다면 천안아산KTX밸리는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을까? 양국 밸리의 공통 점을 찾아본다. 첫째는 실리콘밸리와 천안아산KTX밸리 모두 기업과 기관의 투자 증대로 사업영역과 공간 또한 계속 확장되고 있다. 구글의 본사 건물 신축 등 AI 메타버스를 도입한 디지털 전환시대 이후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모이고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천안아산KTX밸리 또한 디지털혁명시대를 대비한 충남AR/VR제작거점센터(2020), 스마트모빌리티 강소특구지정(2021), 충남지식산업센터(2022), 충남국제컨벤션전시센터(2025년)) 등에 대한 계획대비 투자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둘째는 미국의 주력산업인 ICT의 젖줄이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되고 제공된다면 한국은 ICT 3대 고부가가치 전자부품이 충남의 천안아산KTX밸리에서 생산되어 세계에 공급되고 있다. 양국의 핵심 주력산업 부가가치 창출의 중심역할을 양국 밸리가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천안아산KTX밸리는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는 기본요건은 갖추어지고 있다. 다만 추가요건으로 대학의 우수인력 공급과 산학연구를 통한 벤처창업 활성화와 함께 ‘워케이션’을 영위할 수 있는 창의적인 과학문화와 예술, 그리고 여가 공간의 동반 조성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민간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도 요구된다. 실리콘밸리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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