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빈·취재1부 경제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옆에는 작은 책방이 있었다. 소설부터 만화까지 장르를 망라하는 책과 비디오도 대여가 가능했다.

주로 빌리던 건 소설책이었다. 어찌나 빠져 있었는지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나, 간혹 수업 시간에도 책상 아래로 몰래 책을 읽을 정도였다.

그런 내게도 피해 갈 수 없는 고3 시절이 시작됐다. 수능이 끝나면 책방으로 곧장 달려가서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모두 빌리려던 작정이었다.

그런데, 수능을 얼마 앞둔 여름쯤 책방이 문을 닫았다.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나와 달리, 더 이상 책과 비디오를 찾는 사람들이 없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는 건 책방만이 아닌가 보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동네 목욕탕도 생존 위기에 처했다. 대전에서 운영되는 대중목욕탕은 2019년 117곳에서 올해 89곳으로 줄었다.

집집마다 멀끔한 욕실이 갖춰진 데다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극성이니 여러 사람이 모이는 목욕탕을 찾는 이들이 줄어드는 건 한편으론 당연지사다.

온 동네 돈과 사람이 모여들었던 은행도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 2년 동안에만 충청권 내 은행 점포 34곳이 문을 닫았다.

지역에서 고령층이 가장 많은 대덕구는 남은 은행 점포가 15개에 불과하다. ‘점포 효율화’를 앞세운 은행들은 앞으로 점포를 더욱 줄일 거라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은행에 직접 가기보다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니 점포 다이어트를 통해 수익 창출 돌파구를 찾겠다는 거다.

코로나 시대에 ‘인류애’를 되찾아 준 선한 영향력 가게도 이제는 버틸 여력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225곳이던 충청권 선한 영향력 가게가 올해 108곳으로 반토막이 났다. 감기처럼 지나갈 줄 알았던 코로나는 참 길었다. 긴 시간 동안 코로나가 할퀴고 간 상처의 완전한 회복은 시기가 묘연하다. 우리 곁에 얼마간 더 있을 줄 알았던 공간은 마지막 영업일을 앞당겼다. 코로나 터널도 끝이 보인다. 거리두기가 2년 1개월 만에 전면 해제되지만, 사라지는 것들의 끝을 붙잡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옛 추억,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삶인 터전이 하루 빨리 상처를 극복하고 조금만 더, 우리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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