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빈·취재1팀 경제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태어날 때부터 핸드폰이 있었던 세대. 예적금 이자보다는 주식이나 비트코인으로 더 큰 수익을 내는 영리한 세대. 그런 세대로 여겨지는 2030이지만, 정부가 마련한 ‘청년희망적금’은 예상 못한 결과를 냈다.

300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린 것이다. 청년희망적금은 사회에 갓 나온 청년들의 생활안정자금 조성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높은 은행 이자에 정부지원금까지 지원돼 최대 연 10%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너도 나도 초대박 찬스를 잡고자 뛰어든 셈이다. 신청 첫날은 접속 폭주로 각 은행 사이트가 마비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정부는 결국 지원 인원 확대를 결정했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청년희망적금을 두고 ‘청년절망적금’이라는 자조(自嘲)의 목소리가 적잖다. 한 누리꾼은 "청년희망적금 50만원을 넣고 나니까 돈 없어서 피자도 못 사 먹었다"는 농담을 던졌다. 취재차 연락이 닿은 지역 청년도 현 상황이 난감하다고 했다.

이미 넣고 있는 적금 만기가 애매하게 남아서 해약은 못 한 채로 이번에 청년희망적금을 새로 가입했는데, 앞으로 2년 동안 50만원씩 납입할 생각에 눈앞이 깜깜하단 것이다. 더군다나 훗날을 대비한 주택 청약과 매달 나가는 신용카드 값도 부담이라고 전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애매한 나이, 애매한 연봉 등으로 자격 요건에도 들지 못한 청년들의 불만도 거세다.

정부가 갑작스레 수혜 대상을 대폭 확대하면서 이자 지급 부담이 커진 은행들도 퉁명스러운 소리를 내뱉긴 마찬가지다. 청년들의 안정적인 자금망 구축을 위한 정부·지자체 정책이 늘어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다만 도리어 청년 간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예상보다 7.6배 가까운 수요자가 몰려 떡 주려다가 때아닌 낭패를 보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 실행에 앞서 세심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여 숱하게 쏟아지는 지원책 사이에 선 청년들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내길, 노랫말 한 자락으로 작은 응원을 보낸다.

‘소년이 어른이 되어 세상을 알아갈 때에/하얀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고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지겠지/나의 오늘이 흘러가면 서글픈 추억들 중에 작은 조각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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