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노인질환 인구 지난해 3만명
빠른 증가세에도 스스로 질병 외면
‘삶 비관·가족에 피해’ 등 이유 꼽아
복지계 “치매 같은 병 알기 어려워”
세부 파악 위한 외부 전문의 연계 必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노인질환을 겪고 있는 노인들이 자신의 질병을 외면하거나 숨기고 있다.

남아있는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거나, 혼자 남은 자신의 삶을 비관해 치료를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대전시독거노인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전지역 독거노인 중 5대 노인질환을 겪고 있는 인구는 지난해 기준 3만 4782명으로 2015년(2만 257명) 대비 1만 4525명 증가했다.

5대 노인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골관절염 △치매다.

문제는 노인질환을 겪는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질병을 숨기는 노인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고혈압이 확인되면 “운동을 하고 와서 그렇다”거나 “잠을 깊게 자지 못해 그렇다. 난 건강하지 신경쓰지 말아라”며 스스로 질병을 외면해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노인들이 자신의 질병을 숨기는 이유로는 남아있는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거나, 독거노인의 경우 혼자 남은 자신의 삶을 비관하고 있는 점을 꼽고 있다. 노인들이 질병을 숨기는 사례가 나오자 노인복지관도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실제 노인들이 자신의 질병을 숨기는 여부까지는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 노인복지계의 설명이다.

즉각 발견될 수 있는 외적인 상해는 바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치매 등 외적으로 파악이 어려운 질병은 노인이 직접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지역에서는 극심한 질병을 앓고 있던 노인이 자신의 질병을 노화로 치부하며 외면하다가 병세가 악화돼 가족은 물론 자주 왕래하는 복지관 복지사 등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구노인복지관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연옥(51) 씨는 “노인분들 중 자신의 질병이 가족에게 짐이 될까 질병을 숨기는 경우나 혼자 남게 돼 치료 의지가 없는 노인분이 계신다”며 “질병을 숨기다 보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을 늦게 발견해 병세가 악화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지역 복지계는 외관으로 보이지 않는 질병을 파악하기 위해 외부와의 연계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노인복지관 관계자는 “복지관에서는 개별적으로 전문의와 연계해 질병을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 또한 어르신 스스로가 질병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파악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복지관 종사자는 전문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세부적인 파악이 어려워 외부 전문의와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 유등노인복지관 복지사가 지역 독거노인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서유빈 기자
사진 = 충청투데이DB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