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대전현충원장

‘나는 조국과 민족의 안녕을 위하여 찰나의 생을 여기에 묻고, 넋은 나라의 번영을 위하여 억겁의 세월로 지키겠노라.’ 이 글은 현충원 어느 묘역 앞 경구비에 새겨진 글귀다. 현충원에 안장되신 분들을 상징하는 문구처럼 느껴진다. 국립대전현충원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께서 잠들어 계신 곳이다. 1979년 대전에 국립묘지를 조성하고, 1982년 8월 최초 안장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13만 7천여 위의 유공자분들이 모셔져 있다.

현충원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위해 국가가 마지막 예우를 다하는 공적인 공간인 동시에 한 개인의 삶에 있어 마지막 공간이다.

사적이기도 한 이곳, 현충원에서 마주하는 유족들의 모습에서 단순한 국립묘지 이상의 현충원을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세상을 떠난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추모의 편지’로 현충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만 보아도, 이곳에 안장되어 계신 분들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가족이자 벗이자 사랑하는 이였는지 느껴져 숙연해진다. 현충원을 찾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유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현충원 직원들과 함께 수시로 묘비를 닦거나 쓰레기를 치우기도 하고, 코로나19로 유가족의 현충원 방문이 어려워지자, 작년부터 ‘헌화 및 참배사진 전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족을 대신해 집례관과 의전단이 안장자 묘소를 직접 찾아가 참배와 헌화 후 사진을 유족에게 전하고 있다.

또한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랜선 참배 행사’를 준비해 국민들이 전문집례관과 의전단의 도열에 맞춰 현충탑 참배와 방명록을 작성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연고자가 없는 무연고 묘소 안장자의 기일에 맞춰 묘역을 참배하고 진혼곡을 연주해 고인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고 있다.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 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 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

현충탑에 새긴 노산 이은상 선생의 헌시가 떠오른다. 현충원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상징하는 공간이자 숨결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일제 치하 일본군에 맞서 싸운 순국선열과 애국지사가 잠들어 계시고, 6·25전쟁과 월남전에서 조국을 위해 빛나는 청춘을 바친 호국영령,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순직한 경찰·소방 공무원, 타인을 위해 목숨을 희생한 의사상자 등 대전현충원에 계신 한분 한분의 삶이 현재의 대한민국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분들의 ‘고귀한 희생을 가슴 깊이 새기고’, 현충원이 안장자의 명예를 선양하고, 유족에게는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국민에게는 애국심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국립대전현충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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