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오 청주TP 자산관리 사업기획본부장

청주에서 여중생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계부로부터 학대와 성폭행에 시달려 오던 여중생과 친구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자식을 둔 부모로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 참담한 사건에 시민들의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뜨겁다. 그리고 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반성과 함께 관계 당국들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두 명의 여중생을 숨지게 한 계부를 엄중 수사해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 현재까지 12만여명을 훌쩍 넘는 청원동의를 받아 국민청원답변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죽음이 더욱 아쉬운 것은 충분히 보호하고 살릴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학생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피해사실을 알렸고 전문상담기관에서 심리치료도 받았다.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했고 가해자 계부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증거 보강 등을 이유로 반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거나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이 사건은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양 사건과 너무도 닮아있다.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 3차례의 학대 의심신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가해자와 분리하는 조치를 내리지 않았고 내사종결이나 무혐의 처분을 내려 결국 아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했다.

청주 여중생 사건도 마찬가지다. 경찰과 교육청, 전문상담기관이 긴밀하게 공조하고 대응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어떤 기관 한 곳이라도 아이들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했더라면 하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사회안전망은 있으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관계 기관들이 비난받는 것은 마땅해 보인다. 이번 사건에 대해 "현 법제도가 부른 사회적 타살"이라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유사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정인이 사건은 일명 '정인이 방지법'이라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낳았다. 그러나 이법으로 제2, 제3의 정인이를 막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여중생 사건으로 인해 또 다른 법이 생길지 모른다. 물론,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아동학대나 성폭행 사건에 대한 다양한 경우의 가상모델을 설정해 관계 기관 합동으로 정기적·반복적 훈련을 해야 한다.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여러 기관들에 산재되어 있는 사회안전망이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통해 다시는 여중생이나 정인이와 같이 불행을 겪는 아이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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