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윤수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외과 교수

▲ 문윤수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외과 교수

 최근 수장이 바뀐 서울시에서 만성적인 공공의료기관 의사 인력난 해결을 위해 연봉을 최대 40% 인상하기로 발표했다. 일괄적으로 모든 인력에 대한 임금인상은 아니지만 특수 진료 분야 전문의에 대해 최대 40%까지 연봉 인상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러한 연봉 인상만으로 만성적 인력난을 호소하는 공공의료기관에 모든 필수 인력을 즉시 채용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개인 능력에 대한 바람직한 대우를 해준다면 순차적으로 효율적인 인력 채용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5% 내외로,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곧 의료취약 계층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다만 이번에 발표한 공공의료기관 인력 처우 개선 방안이 수년간 시민단체에 수천억 원의 지원금을 주는 현실과 어느 것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국가는 80대 20의 사회이다. 1896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말한 파레토의 법칙은 부의 불균형 현상을 설명한 이론이다. 파레토의 법칙에서는 전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의 불균형과는 반대로 하위층 80의 주된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어야 정상적인 국가다. 하지만 혹자는 한국 사회는 더 세분화되어 10과 70, 그리고 나머지 20으로 나누어진다고 말한다. 이렇게 세분화된 사회 층 속에서도 목소리가 가장 크고 스스로를 서민이라 지칭하는, 70이라는 집단에 대해 정치인들은 특히 선거철에만 관심 갖는다. 또한 이 70이라는 부류는 상위층 10을 시기하고, 제대로 된 기회를 갖지 못하는 20을 외면하기까지 한다.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사회에서는 상위 20의 의식 변화를 통해 기회가 부족한 하위 80에 대해 더욱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기회 사재기’를 통해 또 다른 부류인 상위 10, 나머지 하위 20이라는 구분을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점차 기회를 잃고 불평등에 빠진 하위 20은 살아가는데 필수 공공재인 의료이용도 제대로 하지 못해 살 수 있는 기회조차 적어지게 된다. 하위 20이 외면당하고 불평한 대우를 받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의료분야다. 최근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전염병 사태에서 더더욱 하위 20의 의료이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외면당하고 힘들어진 20은 남들보다 높은 곳에서, 혹은 에어백도 없이 헬멧 하나에 바퀴 두개 달린 것을 타고 다니며 힘든 일을 도맡아 한다.

 시민단체에 수천억 원 지원하는 지자체에서 시장이 바뀌었다고 일시적 이벤트 정책으로 필수 공공재인 공공의료기관에 반짝 연봉인상을 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다른 지자체 공공의료기관에서도 공공의료 유지를 위해 필수인 인력채용, 대우에 대해 같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수장이 바뀐다고 정책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는 정파를 떠나 인간의 기본권, 건강과 관련되는 기본이기에 다른 지자체에서도 함께 고민하고 따라할 정책이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은 사적자본에 대한 공적요구를 하는 모순된 환경이다. 즉 의료기관의 공급은 모두 사적자본, 의료인의 부담에 의존하면서 서비스 가격, 수가로 묶여 정부 통제를 받는 방식이 근본적인 모순인 것이다.

 이번 연봉 인상 정책은 다소 늦었지만 무너져 가는 공공의료 분야에 필수 의료인력 채용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로 인해 살 수 있는 기회조차 줄어 조용히 죽어나가는 하위 20의 숫자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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