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종 충남교육청 행정국장

‘당신의 모교는 안녕하십니까… 작년까지 초중고 3834곳 사라져’(조선일보 4월 7일자)라는 기사를 보면서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 그리움, 고향의 정, 향수가 연상되곤 한다. 충남에서도 학령아동이 감소하면서 오랜 역사를 이어온 농·산·어촌지역 학교 265개교가 문을 닫았다. 이런 현실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입장에서 늘 안타까운 마음이다. 아이들이 꿈을 키우던 공간, 한 지역의 중심 역할을 했던 학교가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텅 빈 운동장과 낡은 교실로 덩그러니 남아 빛바랜 아름다움과 추억을 간직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천여 명의 학생들로 왁자지껄하던 학교들이 30~40년이 지난 지금은 30명 남짓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동창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학교를 살리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애착을 느끼게 한다.

충남교육청의 중기 학생 배치계획을 보면, 올해까지는 초등학교 입학생이 1만 8000명을 상회하고 있으나, 이후 매년 감소해 2027학년도에는 1만 2000명대로 6천여 명이 줄어들 전망이다. 학생 수의 감소로 전교생 30명 이하의 작은 학교가 ‘17년에는 56개교, ‘21년에는 67개교가 됐고, “25년에는 총 133개교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흔히, 학교가 문을 닫으면(폐교) 그 지역의 발전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작은 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진행이 어렵고 적정교사의 배치가 곤란한 점, 또래 간 사회성 습득이 부족한 점 등이 문제로 꼽힌다. 또한 학습 동기와 성취 의욕 저하, 성장발달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교육재정의 비효율화로 이어진다.

도교육청은 ‘15년부터 소규모학교 진흥을 위해 ‘충남도 작은 학교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특색 있는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 지원, 교육환경 개선,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 지역과 학교의 연대 강화, 학교의 여건을 반영한 통합지원으로 주변의 소규모학교들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 주고 있다. 또 쾌적한 학습환경 조성을 위해 예술실, 도서관, 과학실, 멀티미디어실 등의 학교 공간 혁신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도시지역의 과밀학교에서 농촌지역의 소규모학교로 전·입학을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해 학생의 선택권을 넓혀주고, 더불어 통학의 편의를 제공하는 등 작은 학교가 적정규모 학교로 육성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이렇듯 작은 학교는 방과후 교육활동으로 특성화된 학교, 교직원과 교육공동체의 의지와 노력으로 변모한 학교, 혁신학교로 지정돼 특화된 학교로 전환되고 있다. 이 학교들이 예술, 문화, 건강, 과학, 체육 등 영역별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교의 전통을 다시 세워보면 어떨까.

특히 아토피 치유학교, 생태교육, 마을교육공동체 운영으로 특색을 살린 학교들이 널리 알려지면서, 중국 한나라 유향이 지은《열녀전》에 나오는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처럼 학생들이 찾아오는 학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작은 학교가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과 교육환경 개선으로 최적의 교육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 먼 곳의 학생들이 찾아오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원거리 통학의 불편을 해소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동창회가 앞장서고 나아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은다면 해결 방법은 나올 것이다.

선행 연구 자료에 의하면, 구성원의 헌신과 열정, 학부모의 관심과 지원, 지역사회와의 소통, 지역 자원 활용, 학교 운영의 민주적 의사결정, 공동체 의식 등이 작은 학교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한다. 이는 현재 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의 정책과도 잘 맞는 내용이다.

넓은 운동장과 맑은 공기를 마음껏 누리면서 농·산·어촌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하자. 이들 작은학교의 성장은 지역의 균형 발전과 지역사회 문화 자산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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