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가족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다. 현대사회로 오면서 비혼의 독신주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가족의 모습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녀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키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가 그리는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족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자녀출산과 양육이다. 이는 사회를 지속하게 하는 근간으로, 아동은 부모로부터 그가 속한 사회의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성장하여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는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변화 중 하나일 것이다. 부모가 되었다는 기쁨과 뿌듯함 뒤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끝이 없는 돌봄 노동의 연속이다. 개인의 삶은 희생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지치고 경제적 부담도 가중돼 많은 여성이 산후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결혼이라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아이를 낳아서 먹이고 입히고 가르칠 책임과 의무를 인식하고 경제적, 심리·정서적으로 마음가짐을 다지는 준비가 필요한 일이다. 양육과정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자녀는 부모에게 가장 정서적이고 친밀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오늘날 개인 중심의 가치관, 가족에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의식변화는 전통적으로 가족이 담당했던 출산, 돌봄, 교육의 기능을 약화하고 아동 방임과 학대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낳고 있다.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과 시민의식은 높아졌지만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은 점점 늘고 있다. 최근 아동의 사망으로까지 치닫는 안타까운 사례가 빈번하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아동학대와 방임은 준비되지 않은 부모에게서 나온다. 부모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인식 부재와 돌봄 노동의 회피는 아동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과 부모의 미성숙한 의식이 맞물려 나타난 비극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비대면 거리 두기, 외출의 어려움 등도 아동학대를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동복지에서는 아동의 권리를 거론하지만 어린 아동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고, 학대상황이 알려지면 부모나 양육자와 분리되는 상황이 발생해 아동에게는 또 다른 불안과 두려움이 될 수 있다. 학대나 방임, 폭력의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사회는 부모에게 기본적으로 아동을 사랑으로 양육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아동학대 사례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최근 아동학대에 대한 공공의 개입을 늘려 전담공무원제도를 도입하였다. 경찰,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함께 아동학대 의심사례 및 신고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중앙의 아동권리보장원을 중심으로 전국 70여 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학대 사례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만들어져 있는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여 즉각적인 협업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아동학대 상황에 따라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세부적인 근거조항 마련과 전문가 투입,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동의 행복은 성인기까지 연결되어 개인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친다. 아동이 행복한 삶을 누리며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와 지역과 국가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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