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436곳에 옐로카펫 설치
보색효과 잃어 약시환자 위험
설치과정서 의견 수렴도 안돼
“모두를 위한 대책 마련돼야”

▲ 대전의 한 교차로에 조성된 옐로카펫.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점자블록과 색상이 같아 구분이 어렵다.  사진=김중곤 수습기자
▲ 대전의 한 교차로에 조성된 옐로카펫.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점자블록과 색상이 같아 구분이 어렵다. 사진=김중곤 수습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 대전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신모(50·여) 씨는 전국 각지에서 대대적으로 옐로카펫 조성사업이 추진된 뒤 외출이 두렵다고 토로했다. 시력이 일부 남은 약시 환자인 신 씨는 주로 점자블록의 색상을 보고 길을 찾아 걷지만 옐로카펫과 점자블록의 색상이 같아 방향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 씨는 “옐로카펫 위에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우리도 약자인데 신경 써주지 않으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옐로카펫이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관내 옐로카펫이 설치된 구역은 지난해 말 기준 모두 436개소다.

옐로카펫은 횡단보도와 맞닿은 바닥이나 주변 벽면을 노랗게 표시한 교통안전 설치물이다. 밝은 색상으로 운전자가 횡단보도에 서 있는 어린이를 즉각적으로 인지하도록 유도한다. 문제는 옐로카펫이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하는 점자블록과 색상이 같다는 점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가운데 시력이 희미하게 남은 일부 약시 환자는 점자블록의 색상을 보고 길을 찾아 걷는다. 그러나 인도와 달리 동일한 색상의 옐로카펫에선 점자블록이 보색 효과를 내기 어렵다.

약시 환자 입장에선 옐로카펫 내 점자블록이 무용지물이라 자칫 진행방향을 잃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점자블록 설치는 장애인 등 편의법에 근거한 법적 의무사항이고 옐로카펫은 행정안전부 권고에 그친다.

점자블록이 법령에 속한 만큼 옐로카펫 설치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행안부가 발표한 ‘옐로카펫 제작 및 설치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지자체는 설치 장소 선정 과정에서 설문조사나 사업설명회 등을 통해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전에선 지자체 차원의 설명이나 의견 요청이 없었다는 것이 지역 시각장애인단체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교통사고에 취약한 아동과 시각장애인 모두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전시 관계자는 “현장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점자블록 주변에 검은색 테두리를 두르는 등 각 구에서 대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햇다.

대구 남구의 경우 앞서 옐로카펫 설치 과정에서 지역 장애인단체에 협의를 구하는 것은 물론, 바닥면을 줄이고 벽면을 활용해 점자블록이 기능을 잃지 않도록 옐로카펫과 구분한 바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전지부 관계자는 “소수인 시각장애인이 다수인 어린이 대신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라며 “서로 상생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김중곤 수습기자 mission@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